연결 가능 링크

“북한 4대 경제부문 진전 위해 효율적 자원 투자·분배 선행돼야”


지난 2016년 12월 북한 원산군민발전소.
지난 2016년 12월 북한 원산군민발전소.

북한 당국이 인민경제의 4대 선행부문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통계 분석 결과 실질적인 개선은 거의 없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원의 효율적 투자와 분배가 선행돼야 하고, 주요 산업을 부존자원과 자립 생산에 의지하는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사설에서 자립경제에 기반해 인민경제 선행부문을 일으켜 나가자고 강조했습니다.

4대 선행부문인 전력과 석탄, 금속공업, 철도운수 분야를 정상궤도에 올려야 한다며 과업 달성을 촉구한 겁니다.

4대 선행부문은 북한 당국이 경제 발전을 위해 역점을 둔 분야로, 생산과 건설에 필요한 원료와 연료, 설비, 수송의 주체화를 보장해 인민경제를 향상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북한 당국이 선행부문을 강조하는 모습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8년에 농업과 경공업, 무역 등 기존 3대 제일주의 경제전략 대신 기초 생산수단인 전력과 석탄, 금속, 철도운수 공업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한 뒤 신년사에서 거의 매년 이를 강조해 왔습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7차 당대회에서 내세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주요 과제로 4대 선행부문을 제시했고, 지난달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에서는 4대 선행부문 등 인민경제에 대한 지출을 전년보다 7.2% 증액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4대 선행부문에 대한 지난 20~30년간의 통계를 보면 거의 진전이 없거나 오히려 더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북한의 발전전력량은 2018년 기준 249억kWh로 1990년에 기록한 277억kWh를 훨씬 밑돌았고, 5천 706억kWh를 기록한 한국과 23배 이상 차이를 보였습니다.

석탄 생산량은 2018년 기준 1천 808만t으로, 1990년 3천 315만t의 거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로 생산량이 급감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생산이 활발했던 지난 2016년에 기록한 3천 106만t 역시 과거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금속공업의 주원료인 조강과 철광석 생산량도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조강은 2018년 기준 81만t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336만t을 기록한 1990년과 비교하면 무려 4배 이상 감소했습니다. 철광석 역시 김정은 정권이 출범했던 2011년에 523만t을 생산했지만, 2018년에는 328만t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철도 운수 부문에서만 철도총연장 길이가 1990년의 5천 45km에서 5천 289km로, 도로총연장은 2만 3천km에서 2만 6천 km(2015년 기준)으로 약간 늘었을 뿐입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교육원은 홈페이지에서 북한의 4대 선행부문이 1990년과 비교해 대부분 이전 수준과 비슷하거나 크게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폐쇄적인 계획경제 운영, 왜곡된 자원 배분 등으로 인한 설비 노후화와 원부자재 부족, 외국자본 및 선진 기술 도입 미흡”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김석진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월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원인을 더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초기부터 “자급자족적, 자기완결적 생산구조를 지향해 국제적 기술 추세와 동떨어진 별도의 발전 경로를 걸어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섬유, 비료, 화학 등 주요 소재 산업의 경우 처음부터 석유 대신 자체 부존자원인 무연탄을 주요 원료로 이용하는 기술 방식을 선택해 에너지 과다 소비와 제품의 질 하락이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립성과 주체성을 고수하다 보니 “국제 표준의 현대적 설비가 도입되지 않았고, 철강 산업에서는 수입 코크스탄 대신 무연탄을 이용하는 퇴행적 기술 개발까지 시도됐다”는 겁니다.

미 조지타운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7일 VOA에, 4대 부문이 30년째 진전이 없는 근본 이유는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No investment in probably 30 years. It's very sad because in all four of those areas, they were much better off 30 years ago.

대부분 낡은 4대 부문에 대해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하지 않은 채 핵·미사일과 선전성 건설 사업에 자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30년 전보다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북한 경제를 연구했던 미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연구소의 김중호 객원교수는 자원의 효율적 분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김중호 교수] “북한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를 못하고 지속적으로 공급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4대 부문이 아니라 40대 부문이든 1개 부문을 선택하든 핵심사안은 투입하는 자원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 아니면 생산하는 기술을 얼마나 업그레이드 하느냐인데, 전자는 자원의 부족과 비효율적 분배 때문에 힘들고, 후자는 고립된 자급자족체제를 유지하다보니 새로운 기술 획득을 못해 생산성 향상이 제한됩니다.”

북한의 경제는 보편적인 경제 체제가 아니라 군경제, 궁중경제 등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4개 부문은 여러 구조 안에서 다시 흩어져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자원 분배가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부분적 민영화, 구조적 개혁과 개방 없이 현 경제 구조와 운영을 지속한다면 4대 선행부문 강조가 과거처럼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