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연맹(IFRC)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해 북한에 70만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2년은 코로나 사태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이 부각됐지만 방역을 내세운 북한의 소극적 자세로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의 활동이 극도로 제한됐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국제적십자연맹은 2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돕기 위해 70만 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IFRC의 대북 지원은 보건 분야가 33만 달러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보호소 분야가 7만7천 달러, 물과 위생 청결 분야 5만 달러, 조선적십자회 역량 강화에 2만5천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올 1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9개월 동안 북한에서 코로나 긴급 방역을 위해 조선적십자회 자원봉사자 10만여 명을 동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 476만 명이 혜택을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노인과 장애인, 아동 등 취약계층의 코로나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심리상담 지원도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IFRC의 지원으로 조선적십자회가 코로나 검사에 사용되는 유전자증폭장치와 진단시약 1만 세트, 적외선 체온계 등을 전달해 긴급방역 역량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IFRC는 올 한 해 코로나 의심 격리자들을 위해 담요 5천 장과 위생용품 1천 개, 주방도구 100세트 등을 제공한 바 있습니다.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올해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코로나 관련 물자에 집중됐습니다.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이후 가장 먼저 유니세프가 지난 3월 28일 코로나 대응에 필요한 장갑과 외과수술용 N-95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와 적외선 체온계 등을 전달했습니다.
유니세프는 지난 11일에는 정주와 토산, 락원 등 북한 지역에서 진행해 온 물 공급 시설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이에 따라 8천840여 가구의 주민 3만2천여 명이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유니세프는 밝혔습니다.
유니세프는 또 북한 도시관리성과 협력해 북한 내 물 공급 지원 사업 현장 8곳에 공사자재도 전달했습니다.
4월에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승인 받은 1만5천 달러 상당의 코로나 감염 방지와 진단 장비를 북한에 반입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을 제외한 다른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전례 없는 ‘팬데믹’ 사태 와중에 국제사회는 북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방역을 이유로 북한 당국이 지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팬데믹’으로 선포한 이후, 북한에 유엔을 통해 지원을 제안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We’ve done that through WFB(WFP), we’ve done it directly, and we have assisted other countries and made clear that we would do all that we could to make sure that their humanitarian assistance could get into that country as well.”
폼페오 장관은 세계식량계획을 통하거나 직접적으로 대북 지원을 제한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다니엘 재스퍼 미국친우봉사회 워싱턴사무소장은 코로나 사태로 올해 대북 지원활동이 모두 중단되면서 북한 내 협력농장 4곳을 통해 식량을 지원받는 주민 1만 2천 명의 안위가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제스퍼 소장] “Our biggest concern is for the well-being of AFSC partners in North Korea and the 12,000 people that rely on our four partner farms. If COVID was not a factor, AFSC would likely have completed two shipments of agricultural materials by this summer and at least one monitoring visit over the spring.”
재스퍼 소장은 북한이 국경을 다시 열면 바로 대북제재 위원회로부터 승인 받은 물품 반입 등 지원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친우봉사회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여름이 되기 전 농업 관련 물품을 두 차례 북한에 반입하고, 봄에는 적어도 한 차례 방북해 작황 조사를 벌였다고, 재스퍼 소장은 밝혔습니다.
이밖에 북한에서 결핵퇴치 사업을 펼쳐 온 구호단체는 지난 1월 이후 모든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매년 4차례에서 6차례 정도 이뤄졌던 방북이 올해는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데다, 인도에서 조달한 결핵 치료약품 등도 국경 폐쇄로 북한에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콩에 본부를 둔 구호단체, 코에이드(KorAid)도 코로나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북한이 코로나 관련 물품의 반입만 허용하고 있다며, 다른 구호물품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고 북한의 이동제한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평양 주재 유엔기구 직원들도 점차 북한에서 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유엔 소속 직원 2명을 제외한 모든 평양 주재 국제기구 요원과 외교관들이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편 2020년은 국제사회가 코로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인도 지원을 목적으로 한 제제에 유연성을 보인 한 해였습니다.
유엔은 지난달 인도주의 지원단체의 활동을 돕기 위해 대북제재 면제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하는 등 ‘대북 제재 이행 안내서 7호’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대북 인도적 지원 절차와 과정이 좀 더 쉽고 빨라질 수 있게 됐다는 지적입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