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이번 일본과 한국 순방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향후 전개될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의 초석을 잘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아시아 순방은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인상적”이었다고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이 18일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 think it was quite successful and frankly impressive. This is their first effort to take a lot of ideas that have been circulating around among a lot of senior people that have written over the last several years and they put it into practice...”
매닝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지난 몇 년간 기고문을 통해 밝힌 외교정책 구상, 대중국 구상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각각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매닝 연구원은 아시아 정책의 세부 내용이 더 입안돼야 하지만 이번 순방을 통해 미국이 아시아와 관련된 여러 의제를 진전시키는데 중요한 정치적, 외교적 초석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석좌는 미국이 이번 순방을 통해 “고위급에서 아시아 지역에 다시 관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국과 북한에 대해 강력한 외교의 위치에서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석좌] “Both joint statements in Tokyo and Seoul were strong reaffirmations of the alliance. Both are forward looking statements, robust desire for commitment on the part of S Korea, on the part of Japan.”
크로닌 석좌는 일본과 한국에서 발표된 공동성명들은 진취적이었고 동맹관계를 강력히 재확인했다며, 미국이 이번 순방을 통해 상징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 수장의 아시아 순방의 목표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북한과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해 미-한-일 삼각공조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북한 비핵화 목표 확인”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미국이 이번 순방을 통해 북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The failure of the Trump administration to insist on more expansive language… sort of accepted the N Korean terminology in a way. So Biden administration is pushing back…”
트럼프 정부 때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한의 표현을 받아들였지만, 바이든 정부가 이를 돌이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미국이 이번 순방을 통해 북한과 다시 관여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When it states the formulation, denuclearization of N Korea, what its doing is expressing its view that the central issue to the U.S. is the N Korean nuclear issue. But that doesn’t mean the U. S. is not prepared to address concerns by N Korea.”
아인혼 전 특보는 블링컨 장관이 ‘북한 비핵화’를 언급한 데 대해 “제재 해제나 소위 적대정책 등 북한의 우려를 해소해 주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가 미국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황이 진전될수록 미국이 북한에 일방적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대북 적대정책이 철회돼야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새로울 것이 없다”며, “임시변통적(temporizing) 성명이었고,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날 때까지 관망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미국의 만남 제안 공개 거부”... “장기 교착 예상”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북한이 (만나자는 미국의) 비공개 제안에 공개적으로 답했다”며 “북한이 원하는 조건에 따라서만 만날 의향이 있다는 것을 공개리에 밝혀 협상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싱가포르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보였던 입장에서도 후퇴해 2019년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re’s really not a foundation upon which to pursue a negotiating process between the U.S. and N Korea except on N Korean terms. As a result that is actually likely to push the Biden admin’s approach to N Korea towards a much more defensive and a risk-management approach.”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의 조건을 맞춰주지 않으면 미-북 협상이 전개될 수 있는 기초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방어적이며 위기관리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USIP 선임연구원은 블링컨 장관이 아시아 순방뿐 아니라 지난 몇 달간 일관된 대북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습니다. 압박을 강화하는 방법과 외교적 인센티브를 모두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오바마 행정부 말기의 정책과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벌써 부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엄 연구원] “It’s just to let the U.S. side know that they’re not satisfied with that approach. Letting both S Korea and the U.S. know that they’re not impressed. That they think what Blinken is representing is not new from previous approaches. They’re still going to be patient, they’re not closing any doors. They seem to be open to negotiations.”
블링컨 장관의 대북 접근법이 과거와 다를 바가 없으며 탐탁치 않다는 것을 미국과 한국에 알리기 위해 최 부상이 담화를 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이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압박 보다는 상호성에 중점을 둔 접근법을 미국이 취하길 바란다고 엄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풍계리와 동창리 등을 해체하고 미군 유해를 돌려줬지만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불만에서 북한이 협상을 멈췄다는 것입니다.
엄 연구원은 코로나 상황이 풀려도 현재 미-북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협상에 빨리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며, 양측이 서로 압박을 통해 협상력을 강화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순방을 통해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며, 동맹과 외교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부상의 담화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를 방해하고, 새 정책이 발표되자 마자 폐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맥스웰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미한일 연대 강화”
한편, 맥스웰 연구원은 이번 순방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 미-한-일 삼각 공조와 관련해 긍정적인 성명들이 나왔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8일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대중국 견제와 관련해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맥스웰 연구원] “I think the statements reveal that although the QUAD may not be specifically mentioned and addressed, there’s clearly alignment on our values.”
한국에서 ‘쿼드’ 즉 미국, 일본, 인도, 호주와의 4개국 협의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미국과 한국의 공통된 가치의 연대가 분명히 제시됐다는 것입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미-중 경쟁의 핵심은 결국 권위주의적 가치와 민주적 가치의 대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임스 줌월트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이 방한 기간 중 북한 문제에 있어 어떻게 중국과 함께 협조할 것인지를 상의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줌월트 전 부차관보] “I do think they’ll be more of a competitive relationship between China and the U.S. and that sometimes is challenging for Korea. But there are areas where we need to work together with China and one of them is N Korea.”
미-중 관계가 경쟁에 치우치는 상황을 한국이 때로는 어렵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미국과 한국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바로 북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줌월트 전 부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관해 한국 측이 혹시 가질 수도 있는 우려에 대해서도 경청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