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외교·국방 장관들은 오늘(18일) 서울에서 이른바 ‘2+2 회의’를 갖고 북한 비핵화가 우선 관심사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다짐했습니다. 또 미-한-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 안보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한 중인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과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2+2 회의’를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미-한 양국은 성명에서 “양국 장관들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양국 장관들은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했다”며 “두 나라는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국 장관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미-한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 전략 하에 다루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를 위해 양국 장관들은 진행 중인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와 관련해 고위급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성명에는 “오스틴 국방장관과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과 모든 범주의 역량을 사용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또 “동맹의 억제태세를 강화해 나가기로 하고, 연합 훈련과 연습을 통해 동맹에 대한 모든 공동 위협에 맞서 합동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미-한-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와 안보,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도 성명에 담겼습니다.
또 “역내 안보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도전을 배경으로, 미-한 동맹이 공유하는 가치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양국의 공약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주체로 중국을 지목한 바 있지만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미-한 ‘2+2 회의’가 열린 것은 2016년 10월 미국 워싱턴 회의 이후 5년 만으로, 강화된 미-한 동맹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 등 핵심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북정책 검토를 완성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압박 옵션과 향후 외교적 옵션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We are committed to th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reducing the broader threat the DPRK poses to the United States and our allies…”
블링컨 장관은 대북정책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미국과 동맹에 가하는 광범위한 위험을 줄이고 북한 주민을 포함한 모든 한국인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 바로 그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 정권 밑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도 촉구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사실상 모든 경제관계와 무역은 중국과 함께 또는 중국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은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I would hope that whatever happens going forward, China will use that influence effectively…”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갈수록 위험해지는 탄도미사일에 대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이해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중국이 그 영향력을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전진하도록 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2+2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을 우선 관심사로 강조한 것은 18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대화를 앞두고 북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대중 압박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기 위해선 중국을 끌어들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고 이것이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런 메시지는 결국 미-중 전략대화에서 중국이 전향된 입장을 갖고 나와라 하는 메시지라고 봐요.”
정의용 장관은 북 핵 문제와 관련, 미-한이 시급히 다뤄야 할 사안으로서 “양국 간 긴밀한 공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굳건한 안보를 기반으로 최선의 외교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 태평양 지역 안전에 어떤 어려움을 낳고 있는지 논의했다며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겨왔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행동 때문에 동맹들 간 공통된 접근법을 취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이런 시기일수록 중국의 반민주주의적 행동에 대항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오스틴 장관] "Today we continue to work together to identify areas for collaboration with our respective regional strategies..."
오스틴 장관도 “중국은 미국 국방부 입장에서 장기적 도전 과제”라며 “미국과 한국이 각자의 지역 전략 아래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을 함께 찾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인 미-한 동맹이 모든 도전과제에 같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전환 조건들을 충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한 외교.국방 장관들은 ‘2+2회의’ 직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합의문 가서명식에도 참석했습니다.
가서명은 미국 측에서는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한국 측에선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했습니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이어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한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빈틈없는 공조를 계속할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70년 동반자로, 공동의 도전에도 함께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두 외교안보 수장이 취임 후 우선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미-한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미-한 동맹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시 강조해달라고 했다”며 “또 동맹을 재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동맹을 키워나가고 강화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미-한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어 너무 중요하다”며 “세계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18일 저녁 한국을 떠났고, 오스틴 장관은 19일 오전 떠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