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위협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워싱턴은 판에 박힌 북한의 수사보다 중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연합훈련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데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무기 실험과 강화된 군사훈련에는 애써 눈을 감으면서 미-한 동맹을 갈라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의 잇따른 협박을 일축하면서도, 중국이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며 미-한 연합훈련을 문제 삼고 있는데 대해서는 동맹에 대한 도전이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독일마샬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VOA에 “중국이 미-한 사이를 갈라놓고 동맹을 약화하며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샬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China seeks to drive a wedge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 weaken the alliance, and reduce US influence on the Korean Peninsula.”
미-한 연합훈련을 집중 비난하면서 무력 도발 의지를 시사한 김여정·김영철 담화를 중국이 사실상 옹호하는 데 대한 불만이 깔렸습니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6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현 상황에서 건설적이지 않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면 긴장으로 이어질 어떠한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며 “유엔 대북 제재를 완화해 협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 전문가들은 북한의 군사 훈련과 무기 시험에는 말을 아끼는 중국이 미-한 연합훈련의 방어적 성격을 왜곡하며 일방적으로 북한의 선전·선동을 거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이 미-한 연합훈련의 규모와 빈도 축소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 동안 부쩍 잦아진 북한의 군사 훈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일관되게 꺼려왔음을 주목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I note, however, that China consistently avoids commenting on North Korean military exercises, which have continued apace in recent years, despite the reduction in the scope and frequency of U.S.-ROK exercises.”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는 매우 편파적”이라며 “북한이 주변국을 위협하고 대화를 거부하며 도발적 행동을 저지를 때 중국은 언급을 자제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China is decidedly one-sided in its calls for countries not to raise tensions on the Korean Peninsula. Beijing refrains from commenting when Pyongyang threatens its neighbors, refuses to engage in dialogue, and undertakes provocative actions…North Korea violated UN resolutions 37 times during 2019-21 by launching short- and medium-range missiles. Beijing did not criticize Pyongyang for any of those actions.”
“북한은 2019~2021년 사이 유엔 결의를 37번 위반하면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중국은 이를 전혀 비난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에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면 미-한 또한 모든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쌍중단’ 논리가 담긴 데 대해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스탠퍼드대 산하 ‘프리먼 스포글리 연구소’와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을 겸하는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박사는 “미국의 군사훈련은 북한의 한국 공격을 억지하고 격퇴하기 위한 적법한 활동이지만, 북한의 핵무기 벼랑 끝 전술과 협박은 위협을 상정한 김정은의 대응일지라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응”이라며 “애당초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박사] “This is not a quid-pro-quo situation. US military exercises are legitimate activities designed to deter and defeat a possible North Korean attack on South Korea. North Korean nuclear brinkmanship and blackmail are not acceptable responses, even if Kim is reacting to his perception of threat.”
마스트로 박사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실험 자제라는 당연한 의무를 이행하는 데 대해 북한에 보상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이 한국에서 미국의 재래식 군사 활동을 원하지 않는다면, 평화적 의도를 한국에 보장할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박사] “North Korea should not be rewarded for doing what it is supposed to - ie refraining from nuclear or long-range missile tests. If North Korea wants to see changes made to US conventional military activities in South Korea, then it should consider how to reassure South Korea of its peaceful intentions.”
클링너 연구원도 “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유예 사실을 강조하지만, 이는 11개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어차피 금지된 활동”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Beijing, like then-President Trump, highlights North Korea not conducting nuclear or ICBM tests, but both of those actions are already precluded by 11 UN resolutions.”
중국은 이 ‘쌍중단’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평화체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쌍궤병행’을 북한 문제 해결 방안이자 중국 대북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주장해왔습니다.
실제로 싱하이밍 한국주재 중국 대사는 11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수교 29주년 기념 전문가 포럼 축사를 통해 “중국은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하고, 한국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실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쌍궤병행’과 ‘단계적·동시적 접근 원칙’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과 싱하이밍 대사 등 북한 고위 관리들이 앞다퉈 북한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이 미-한 동맹과 주한미군, 그리고 두 나라의 연합훈련을 반대하는 데 있어 북한과 입장을 같이 한다”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이번 발언도 한국과 미국을 향한 김여정의 경고와 맥을 같이 하는 만큼, 북한 정권은 왕 부장의 지지를 반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The PRC opposes the US-ROK alliance, the US military presence in Korea, and the fact that the US and its ROK ally conduct military exercises. In each of these areas, the PRC shares the DPRK's position…Wang's comments are in keeping with Kim Yo Jong's recent warning to Seoul and Washington not to proceed with the upcoming US-ROK exercise. I'm sure Pyongyang welcomes Wang's support.”
글레이저 국장은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자제하고 있더라도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미-한 군사 훈련은 동맹의 한국 방어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중국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샬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Although North Korea has refrained from nuclear and long-range missile tests in recent years, its capability to attack South Korea is substantial. US-ROK military exercises are necessary to ensure that the alliance has the capability to defend South Korea; it isn't accurate to suggest that they "intensify tension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연일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이런 태도에서 북한의 의도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아주 많다”며 “북한은 미국의 일방적인 대규모 훈련 축소나 취소와 같은 큰 양보를 챙기면서 더 많은 양보를 계속 요구하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re is much to be learned from Pyongyang's position about its intentions.” North Korea is clearly eager to "pocket" major concessions, such as the unilateral U.S. decision to scale back or cancel major exercises, and to demand even more concessions. In return, Pyongyang has offered nothing -- no reciprocal cut in KPA training, no change in their training cycle, and no reduction of the threat. Anyone who believes that unilaterally ending U.S. and ROK joint training will bring about reciprocal concessions from Pyongyang is being extremely naive.”
또한 “북한은 그런 요구에 대한 어떤 상호 조치도 제안하지 않으면서 정작 인민군의 정례 훈련을 계속하고 위협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 북한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극도로 순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During the past four years, the U.S. and South Korea have cancelled, reduced, and constrained numerous military exercises without any reciprocal North Korean initiative to reduce its own military exercises nor return to negotiations.”
한편,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2일 중국 외교 관리들의 잇따른 한반도 관련 발언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를 지지한다”며 “외교와 대화는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고 영구적 평화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The United States supports inter-Korean dialogue and engagement. Diplomacy and dialogue are essential to achieving complete denuclearization and to establishing permanent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