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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주한미군 철수' 요구…과거 북 지도부 '용인' 발언과 달라


한국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사령부.
한국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사령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 지도부가 주한미군을 용인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발언인데요, 앞으로 미북 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 지도부 차원에서 공개적인 방식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발표된 담화에서 그런 주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앞서 김 부부장은 10일 담화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한국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화근이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펼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반미투쟁 선동을 비롯한 주민 집회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구호로 등장했고, 일반 주민들도 볼 수 있는 ‘노동신문’ 등 매체에도 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를 가져온다는 식의 주장이 자주 실렸습니다.

또 직접 주한미군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유엔총회 등 국제무대에서도 북한 대표들은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밖에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대외 선전매체 등에도 ‘주한미군 철수’는 사설과 영상 등을 통해 자주 오르던 내용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지도자가 3차례 만나고 남북 정상이 회담을 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들고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김 위원장 등 북한의 지도부가 미국과 한국의 당국자들과의 만남에서 주한미군을 용인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9월 한국 대북특사단장 자격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현 외교장관)은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하는 데에 대해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없는 게 아니냐는 입장을 특사단에 표명해왔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또 한국 언론들은 지난 2019년 1월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평화체제가 구축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2018년 미국과 북한이 본격적으로 대화하기 시작한 이후 주한미군에 대한 철수 주장이 협상의 의제 등에 오르지 않았고 공개적인 요구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전반적인 북한 지도부의 입장이 강경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김정은 위원장의 선대에도 있었습니다.

언론들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 시대인 1992년 1월 미북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장이던 김용순 국제부장은 당시 아널드 캔터 미 국무차관과의 회담에서 ‘미북 수교에 동의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한국 측에게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같은 해 10월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에도 주한미군이 지역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입장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면서도 정작 미국과의 협상장에선 주한미군 주둔을 이해한다는 식의 자세를 취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때 이런 분위기를 계승하는 듯 했던 김정은 정권이 이번 담화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면서 미북 대화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과 11일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연합 군사훈련은 순전히 방어적”이라며, 미국은 북한을 향한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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