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과 하원의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이 각각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의회가 매년 국방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예산을 승인하는 국방수권법안에는 올해도 한반도 관련 조항이 여러 건 포함됐습니다. 두 법안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최종 의결 전망을 이조은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상원과 하원의 국방수권법안이 양원 군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했는데요. 다음 단계는 무엇이죠?
기자) 그동안의 절차는 상원과 하원이 각각 별도 법안을 마련하는 단계였는데요, 이제 이제 양원의 조율을 거치게 됩니다. 양원 조율을 위한 협상은 ‘컨퍼런스’(conference)라고 불리는데요, 이 협상을 담당하는 조정위원회인 ‘컨퍼런스 커미티’(conference committee)’가 곧 구성됩니다. 이 위원회는 상하원 군사위 지도부와, 상하원에서 각각 지명된 양당 의원들로 구성됩니다.
진행자) 이 단계에서는 주로 법안의 어떤 부분이 논의됩니까?
기자) 말그대로 상원과 하원 법안의 차이점을 조율해 단일안을 마련하는 단계인데요. 가령 상원 법안에는 담긴 조항인데 하원 법안에는 없는 부분에 대한 합의에 논의가 집중됩니다. 상하원 양측이 차이가 있는 법안 조항들에 대해 일종의 거래를 통해 단일안 포함과 제외 여부를 결정하는 겁니다. 상원과 하원 법안에 모두 포함된 유사 조항의 경우, 조정 협상에서 일부 세부 내용이나 기술적 부분만 수정하기 때문에 단일안 포함이 사실상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다른 법률과 달리 국방수권법에는 최종 심사보고서라는 별도의 문서가 첨부되는데, 어떤 문서죠?
기자) 상하원 조정위원회가 각각의 조항에 대해, 단일안 포함 혹은 제외 이유 등 조율 과정을 상세히 담은 보고서입니다. 또 위원회는 특정 사안과 관련한 조항을 단일안에 포함하지 않더라도 최종 심사보고서를 통해 위원회의 입장과 정책 방향을 밝히며 여지를 남기기도 합니다. 다만, 이 경우 법안에 명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은 물론, 의회의 입장을 강력히 전달하는 데도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진행자) 한반도 조항과 관련해 양원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어떤 조항인가요?
기자) 먼저 현재 가장 관심이 집중된 한반도 관련 조항은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입니다.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천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조항으로, 상하원 법안에 공통으로 담긴 유사 조항인데요, 세부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두 법안 모두 주한미군을 감축하려면 국방장관이 의회에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동맹국들의 안보를 상당 부분 저해하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과 적절히 논의했다’는 4가지 사안을 의회에 입증하도록 했습니다. 하원은 여기에 더해, 이런 감축이 ‘북한의 위협 감소에 비례하며, 한국이 충돌을 막을 역량이 있다’는 두 가지 요건을 추가했습니다. 이를 의회에 입증한 날로부터 일정 기간 동안 주한미군 감축에 예산 사용을 금지한 건데요. 이 기간을 상원은 90일, 하원은 180일로 명시했습니다. 모두 상하원 조정이 필요한 부분인데, 유사 조항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을 제약하는 조항의 단일안 포함은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진행자) 미 본토에 대한 미사일 방어를 강화하는 조항도 공통으로 담겼는데요. 상하원이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염두에 둔 조항인데요. 기술적 부분을 제외하고는 상원과 하원 조항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우주센서 개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하원 모두 미 본토 방어 레이더의 하와이 배치 계획을 승인한 점이 특징입니다. 태평양 방면으로 날아오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탐지와 식별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 레이더를 개발하고 이를 하와이에 배치하는 계획인데요, 약 4년 전부터 추진돼 2023년 하와이 배치 완료를 목표로 했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배치 장소 문제를 이유로 이 계획에 대한 지원 중단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를 복원하는 방안이 상원과 하원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올해 처음으로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에 관한 별도 조항이 하원 법안에 담겼는데요. 상원 법안에는 없는 조항이죠?
기자) 맞습니다. 상원 법안에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하원은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군의 준비태세에 관한 미 회계감사원(GAO)의 권고안을 국방부가 시행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항을 법안에 담았는데요. 전년도 국방수권법에 따라 작성 중인 이 권고안은 곧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원 군사위는 심사보고서에서 “국방부는 북한의 생화학무기 역량에 충분한 관심을 쏟고, 이런 위협에 맞서기 위한 미국의 준비태세를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늦어도 오는 10월 30일까지 이에 관한 평가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국방장관에게 요구하는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상원의 법안에 없는 조항이기 때문에, 상원 조정위원회가 단일안 포함에 합의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진행자) 하원은 전년도에 이어 미-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 SMA 체결에 관한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켰는데요. 상원은 올해 그런 언급이 전혀 없군요?
기자) 상원 법안에는 SMA에 관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하원 법안에는 “미국이 한국, 일본 양국의 핵심 안보관계를 반영하는 공정하고 공평한 SMA 체결을 위해 양국과 각각 협력해야 한다”는 결의 조항이 수정안 형태로 포함됐습니다. 역시, 상원 조정위원회가 단일안 포함을 받아들일지 지켜봐야 하는데요. 당초 하원의 수정안에 포함됐던 ‘5년 단위’의 SMA 체결이라는 문구가 빠졌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단일안이 아니더라도 최종 심사보고서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상하원 조정 협상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지요. 그리고,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요?
기자) 조정 협상은 통상 추수감사절 전에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양당 간 입장차가 커 이례적으로 지연돼, 협상이 3개월 넘게 걸려 완료됐습니다. 매년 회계연도는 9월 30일 만료되기 때문에, 의회는 이전에 조정 협상을 마치는 것을 늘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일안이 마련되는 법안은 또 한번의 상하원 본회의 표결을 거쳐 대통령의 서명 후 법률로 확정됩니다. 다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일각에서 ‘인종차별의 상징’이라고 지적하는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군 부대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조항이 상원과 하원의 법안에 모두 담겼습니다.
이조은 기자와 함께 미 의회의 국방수권법안 의결 절차와 한반도 관련 조항에 관한 세부 내용을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