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최근 밝혀진 북한 외교관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 입을 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수 없다며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지난 2019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것으로 최근 밝혀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31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생존의 열쇠로 볼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 “북한의 핵 폐기 그 자체가 체제 안정과 직결돼있는 문제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폐기한다?”
또한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라며, 미국도 비핵화에서 물러날 수 없지만 김 위원장도 비핵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핵무기 감축 협상에는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나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류 전 대사대리는 말했습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외교관의 입장에서 놓고 볼 때, 저것은 (싱가포르 회담) 이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것도 대북제재 압박 때문일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강력한 대북 제재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과 핵 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장소도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까지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됐었지만, 이후 쿠웨이트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국가들로 옮겨 졌다는 겁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또한 시리아와 북한 사이의 무기 거래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시리아에서 근무하면서 북한이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게 재래식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겁니다.
류 전 대리대사는 새롭게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습니다.
바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이란의 핵 문제를 다룬 경험을 토대로 북한의 핵 문제도 현명하게 풀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겁니다.
다만 북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마도 이란 핵 문제보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CNN 기자의 북한이 원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 “(CNN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원하는 건 뭘까요? 대북제제 해제 아니겠습니까?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포기하지 말 것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핵 협상을 벌이며 인권 문제가 뒤로 밀렸다며, 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인권은 도덕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북한 정권에게도 민감하고 심각한 문제라는 겁니다.
이어 북한에 두고 온 형제들과 83세 노모, 장인, 장모의 안녕을 우려했습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저희 때문에 저희 가족이 연좌제로 피해를 당할까봐 그게 항시적으로 걱정이 됩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도 털어놨습니다.
탈북까지 한달 간 비밀리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딸에게 “아빠, 엄마와 자유를 찾으러 떠나자”고 했고, 딸은 매우 놀랐지만 “좋다”는 한 마디로 답했다는 겁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그러면서 딸에게 한국에서 사는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답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영국주재 북한 공사 출신의 태영호 한국 ‘국민의 힘’ 의원과 조성길 전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에 이어 탈북한 북한 외교관으로, 지난해 9월 가족과 함께 근무지에서 이탈한 뒤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정권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의 전일춘 실장의 사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