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코로나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신종 코로나 등과 관련한 보건의료협력 분야의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큰 폭으로 증액 편성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북한에 신종 코로나 상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인영 장관] “국정원과의 정보 소통 결과 속에서 대답하는 게 아니라는 전제 속에서 대답드리면 저도 북쪽에 코로나 상황이 있을 거라는 판단 속에서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북한에서 발표된 것은 발표된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국정원 등 관계부처와 정보 소통하는 과정에서 북한 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여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와 달리 북한 내 신종 코로나 환자가 있을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초 중국, 러시아와의 국경을 통제한 채 관영매체를 통해 여러 차례 자국 내 환자 발생 건수가 단 한 건도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에드윈 살바도르 세계보건기구, WHO 사무소장는 지난달 28일 북한 정부의 통보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8월 20일까지 신종 코로나로 인한 누적 격리자 3만956명 중
2만9천961명이 격리에서 해제됐다”며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은 2천767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통일부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고려해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올해보다 3.1% 늘린 1조2천433억원, 미화로 약 10억 5천만 달러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통일부는 증액 편성 배경에 대해 “신종 코로나와 자연재해 상황에 대비한 남북간 보건의료협력, 농축산 방역협력 등 분야의 증액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등 보건의료협력 분야는 585억원에서 955억원으로 60% 넘게 늘렸습니다. 이밖에 남북 공유하천 홍수 예방 분야를 6억원에서 65억원으로, 농축산·산림·환경 협력 분야를 3천45억에서 3천295억원으로 증액 편성했습니다.
또 비무장지대, DMZ 평화지대화 사업을 위해 접경지역에 ‘평화통일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에도 32억7천만원이 편성됐습니다.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교류협력을 추진해온 통일부는 특히 인도적 차원의 보건의료 협력 필요성을 중점적으로 강조해왔습니다.
남북협력기금은 사업이 필요할 때 찾아서 쓰는 용도의 예산이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집행될 수 있을지는 남북관계 변동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와 수해 등 겹악재 속에서도 외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또 군사와 대남, 국제 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당 부위원장들이 이례적으로 태풍 ‘바비’로 직격탄을 맞은 피해 현장을 찾는 등 ‘자력갱생’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이인영 장관] “현실성이 있는지 없는지와 상관없이 한국 정부는 북한 정부와 여러 협력사업을 크게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최근 가장 중요한 분야가 코로나와 관련한 보건의료 협력입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예산을 크게 늘려서 한국 측이 준비가 돼 있다, 북한 측이 호응해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한편 통일부의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은 2천174억원으로 올해 2천186억원 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사업비 감소액이 29억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는데 통일부는 탈북민 입국 감소에 따른 정책금 감액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을 거쳐 입국하는 탈북루트가 사실상 막히면서 올해 탈북민 입국 인원이 전년 대비 67%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