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군사 행보를 강화하는 것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설정된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대내적으로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대외적으론 미-북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들어 8차례의 군사 행보를 공개했는데, 이는 전체 공개 활동 중 절반을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13일 VOA에, 김 위원장이 군사 행보를 강화한 것은 대내외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빈번한 군사 행보를 통해 미-북 협상이 교착된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 방위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가가 안전하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려 한다는 겁니다.
또 대외적으로는 현재 외교에는 관심이 없으며,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고스 국장은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at is part of sending also a signal internally that ‘we are secure, we are safe, we are doing everything we can to ensure the defense of the country.' But then there is a strategic messaging angle to the outside world: ‘Do not bother us, we are not interested in diplomacy right now, we are doing our own thing, we are biding our time until the United States changes its hostile policy.’”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를 12월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밝힌 정책 기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제재 해제 달성이 포함된 장기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설정한 단기 목표와 김 위원장의 행보가 일치한다는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의 단기 목표는 정권의 안정성을 증명하면서 제재로 인해 힘든 상황이지만 비핵화 협상에 관해서는 정책과 입장을 바꿀 의향이 없다는 점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을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충격적 실제 행동’ 등 호전적인 용어(martial terms)로 묘사했다며, 김 위원장이 현재까지 군사 활동에 주력해 왔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빈번한 군사 활동이 전달하는 대내외적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강화된 군사 활동 공개를 국력과 군사력 강화에 대한 단호한 결의를 보여줄 뿐 아니라 적대국들에게 경고를 하는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북한 당국이 감염병에 대처하는 가운데 정권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군사 활동의 빈도수를 늘렸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서면답변] “Kim's military appearances may also be a way of trying to signal strength and resolve, and provide a warning to adversaries, as the DPRK struggles to cope with the COVID-19 pandemic. The military appearances and the bluster that accompanies them may be the regime's way of keeping up a tough appearance as the regime and its military try to deal with the pandemic.”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된 것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Since the end of the year..., we have seen a greater emphasis on security and on self-reliance as a top priority with a secondary emphasis on trying to regain control of economic processes. And I think that those appointments are probably reflected that direction since the end of last year.”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미한정책국장은 이같은 인사 개편은 북한이 연말 전원회의에서 설정한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연말부터 안보와 자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에 상당한 역점을 두었으며, 경제 활동에 대한 국가의 통제권을 되찾는 것을 정책의 2순위로 설정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박정천 총참모총장의 정치국 위원 임명을 통해 공식적인 지도 구조에서 군의 지위를 격상시키려는 바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북한 정책의 방점이 경제에서 군사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그 예로 12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의 주요 주제가 경제였으며 전체 예산 지출의 47.8%를 경제 건설에 투입하기로 한 점을 들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ere is a desire to elevate the military in terms of the formal leadership structure. But that does not necessarily mean that there is going to be a shift away from the economy, in terms of the focu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박정천 총참모총장의 지위 격상이 북한 정권의 전략적 국가 계획에서 군부의 위상이 향상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외교를 이끌었던 리용호 전 외무상과 리수용 전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국무위원에서 해임되고, 군부 출신인 리선권 외무상이 정치국 후보위원과 국무위원에 선임된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김 위원장이 대미 관계에 있어 외교 중심적인 접근을 더이상 중시하지 않는다는 추가적인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김 위원장의 빈번한 군사 행보와 인사 개편이 전하는 대외 메시지에 주목했습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도 군사 분야에 여전히 집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하면서, 아울러 미-북 협상에서 영향력을 증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겁니다.
[녹취: 수 김 분석관] “He (Kim Jong Un) wants to make sure that the tension and escalation (as well as) prospects remain just in case there does open up an opportunity where he feels like he might be able to clinch either a deal or something from the United States that acknowledges North Korea as a nuclear weapons state. So, he is trying to play all of his cards and make sure that as many as possibilities remain open for him.”
특히 김 위원장이 미-북 협상에서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모든 수단을 이용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 김 분석관은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등 미-북 협상에서 결판을 지을 수 있는 가능성을 대비해 군사적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