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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또 포병부대 훈련지도…‘신종 코로나’ 사태 속 잇단 군사 행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 다시 포병부대 사격훈련을 현지 지도했습니다.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평양을 오래 비워두고 연일 군사행보를 보이는 데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인민군 제7군단과 제9군단 소속 포병부대들의 포사격 대항경기를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7군단은 함경남도와 동해안을 담당하고 있고, 9군단은 함경북도에 주둔하면서 국경지대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구체적인 훈련 장소를 밝히지 않았지만 바다 바람 세찬 훈련장에서 이뤄졌다고 전해 사격이 해안가에서 진행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북한 매체가 전한 김 위원장의 군사 행보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과 9일 각각 강원도 원산 부근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전선 장거리포병부대들의 초대형 방사포 등 발사 훈련을 현지 지도했습니다.

전 세계는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팬데믹 즉, 세계적 대유행의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초강력 방역 조치에 나서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열흘 넘게 평양을 비운 채 함경도와 강원도 동해안 일대 포병부대 훈련을 참관하고 있는 데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훈련이 통상적 수준의 동계훈련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한 합동군사훈련도 취소되는 마당에 북한이 연일 병력을 동원한 훈련을 벌이는 것으로 미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북한에선 아직 심각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고유한 교수] “만약에 북한 전역에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다면 대규모 병력 동원을 하는 군사연습을 할 수 있겠는가, 북한은 조기에 자체 봉쇄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단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죠.”

고유환 교수는 김 위원장의 잇단 포병부대 훈련 참관은 북한의 열악한 교통 사정 때문에 최고 지도자가 한 번 현지 지도에 나서면 주변 지역을 함께 돌아보도록 일정을 짠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도 보였던 최고 지도자의 현지 지도 패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행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을 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마당의 소비재 물가가 폭등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미뤄 북-중 국경 밀무역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북한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상당 수준 퍼져 김 위원장이 동계훈련 참관을 명분으로 일시적으로 평양을 떠나 있을 수 있다는 추측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북-중 국경의 밀무역 그러니까 사람들 간 접촉이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엄청나게 창궐했었는데 그것이 북한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게 아닌가, 그리고 김정은 입장에선 평양 자체도 자기한테 불안하니까 일단 피신한 게 아니겠느냐, 우리가 이렇게 추정해볼 수 있는 거죠.”

북한에서 설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이 이런 감염병에 민감하지 않은 점을 북한 당국이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주민들 가운데 소화기나 호흡기 만성질환자들이 많고 진단 장비도 부족해 주민들이 감염병에 무감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 당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잔뜩 긴장하고 있지만 당국의 투명하지 않은 감염병 대처 방식 때문에 최고 지도자의 이런 연속적인 군사 행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북한연구실장] “최근에 오신 탈북자 분들과 인터뷰를 해보니까 주민들이 코로나 자체 때문에 위협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보기엔 우리가 느끼는 감염병에 대한 굉장히 예민한 반응과 달리 북한 주민들은 상당히 무감각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아마 이것을 통치 차원서 잘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한국 군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포사격 행보가 일상적인 내부 결속용 훈련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형 무기나 대구경포가 아닌 107㎜ 방사포와 견인포 계열의 130㎜ 평사포, 152㎜ 곡사포 등 구형 재래식 무기가 등장한 때문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훈련에 김수길 총정치국장, 박정천 총참모장, 김정관 인민무력상을 비롯해 인민군 연합부대장들이 현지에서 수행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관은 지난해 말 인민무력상에 임명된 후 이번에 처음 김 위원장을 수행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연이은 군사행보는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극복에 몰두하고 있지만 북한은 체제 수호가 최우선임을 드러내는 행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포사격 대항경기에 마스크 없이 훈련을 지도했고, 수행간부들은 모두 검정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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