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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불참 속 최고인민회의 개최…김여정, 정치국 후보위원 복귀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당초 일정보다 이틀 늦게 어제(12일) 열렸습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보다 하루 전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는 명목상의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북한 전역의 대의원들을 모아놓고 1년에 한 차례 또는 특별한 경우 두 차례 회의를 갖습니다.

이번 회의는 당초 발표한 일정보다 이틀 늦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회의에서 외무상 리선권과,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후임으로 추정되는 김형준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이 각각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 국가예산 수입과 지출을 지난해 대비 각각 4.2%, 6%를 증액한 가운데, 특히 보건 부문 투자를 지난해보다 7.4% 늘렸습니다. 또 올해 전체 예산지출의 47.8%를 경제건설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새로운 대미 외교진용 인사와 국제사회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이중고 속에서 북한이 내놓을 경제정책 방향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개최했다고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개최했다고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또 앞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실질적 의사결정 기구인 당 정치국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습니다. ‘조선중앙TV’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박정천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했습니다. 리선권 동지, 김여정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소득없이 끝난 뒤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해임됐다가 이번에 다시 예전 지위를 되찾은 겁니다.

김 제1부부장은 앞서 지난달 처음으로 자신의 명의로 한국 청와대에 대한 비난 성명을 낸 데 이어 김 위원장에게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사의를 표하는 담화를 내놔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리수용과 리용호로 이어지는 강경파 정통 외교라인이 물러나고 김 제1부부장이 이번에 국무위원회 위원 자리에 오른 리선권 외무상과 함께 대미 대남 관계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하노이 이후 강경했던 대외라인이 퇴조하고 하노이 이전까지를 책임졌던 김여정, 김영철, 리선권 이쪽 라인이 부활한 것으로 봐야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김여정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서 명실상부하게 높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대미 대남 라인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더 위상이 제고된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박사는 김정일 시대와 비교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미 협상에 있어서 전문 외교 관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스스로 결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대외관계에서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대리인으로서 활동 폭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북한은 당 정치국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 세계적 확산 사태까지 겹친 상황에서 경제 목표치를 하향조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 국가예산에 대한 안건을 논의하면서 지난해 12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사업에서 일부 정책적 과업들을 조정 변경하는 문제를 핵심 사안으로 다뤘습니다.

북한은 지난 전원회의에서 달성이 불투명한 5개년 경제발전 전략 대신 ‘나라의 경제를 안정적으로, 전망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10대 전망 목표’를 세우겠다고 밝혔는데 코로나 사태까지 맞아 이마저도 손을 댄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원래는 신년사에서 부문별로 목표들을 설정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걸 안하고 전원회의에서 10대 목표로 두루뭉실 넘어갔거든요. 그 얘기는 결국 올해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신년사를 대체한 비상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봐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것조차도 다시 축소하고 변경했다 이런 상황으로 봐야겠죠.”

한국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도 13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 보건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재차 밝혔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김병연 교수는 그러나 최고인민회의가 올 예산의 47.8%를 경제건설 분야에 쓰기로 한 결정에 대해 북한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북한에선 당연히 이 코로나 때문에 목표를 하향조정 한다는 것이 대내적으론 정치적으로 좀 더 나은 길이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 경제 여건 또 경제구조로 볼 때 북한 정부가 취하고 있는 경제개발 정책 수단이라는 게 잘못돼 있다, 이런 문제가 근본적인 소위 기저질환이라고 볼 수 있고요.”

북한이 경제를 살리려면 제도 개혁과 인적 자본 확충이 시급한데 여전히 보여주기식 건설 분야에 치우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고인민회의나 당 정치국 회의에서 별다른 대미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해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가 마땅치 않은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자기들이 지금 무엇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지금 상황에서 대화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평양도 무시할 순 없을 것이고 그렇게 보면 연말까지는 최소한 섣불리 움직여서 어떤 방식으로든 노선을 고착화하기 보다는 그냥 이렇게 로우키 모드라고 흔히들 표현하는 이런 식으로 상황을 관리하면서 관찰해나가겠다는 태도가 훨씬 더 눈에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한편 북한은 이번에 최고인민회의를 별다른 설명 없이 당초 발표했던 일정보다 이틀 늦게 열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신종 코로나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로 실내에서 수 백 명의 대의원들과 함께 회의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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