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원산 일대에 머물고 있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위성사진 관련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열차와 레저용 보트들이 원산에서 발견된 건데,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 증거론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에 머물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 건 한국 정부의 발표가 발단이 됐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번 문제가 불거진 직후 김 위원장이 지방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후 이 지방이 원산이라는 한국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또 문정인 한국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26일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이후 원산에서 머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1일과 23일 김정은의 전용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원산의 한 기차역에서 포착됐다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설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38노스’는 29일 추가 보도를 통해 한반도 시간으로 29일에도 해당 열차가 같은 곳에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 열차는 23일 이후 해당 역을 떠났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29일 이전과 동일한 지점에서 발견됐습니다.
다만 열차의 엔진차량은 더 이상 열차에 붙어 있지 않았다면서, 이 역을 떠났는지 혹은 지붕 아래에 있는 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38노스’는 덧붙였습니다.
열차 외에도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설을 뒷받침하는 보도는 또 있습니다.
‘NK뉴스’의 자매지인 ‘NK프로’는 원산 일대 고급 보트 등의 움직임이 활발한 점을 근거로 김 위원장이 원산 일대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NK프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부터 약 55미터 길이의 레저용 보트가 김 위원장의 별장으로 추정되는 시설 인근 정박시설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이후 27일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는 장면이 관찰됐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50m 길이의 또 다른 레저용 보트가 원산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도 주변에서 발견된 사실에도 주목했습니다.
‘NK프로’는 과거 김 위원장이 원산에 있을 때 이들 보트 등의 움직임이 관찰되는 등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 지역에 김 위원장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다만 이런 위성사진들이 김 위원장의 실제 위치를 나타내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열차나 보트가 과거 원산에서 발견됐지만, 정작 김 위원장은 평양 등 다른 지역에서 활동할 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레저용 보트의 경우, 이달 초부터 해당 장소에 계속 정박해왔지만, 김 위원장은 11일 평양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 참석했고, 다음날인 12일엔 서부지구의 항공부대를 시찰했습니다.
또 지난 2월 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진행했을 때도, 이 보트는 현 위치에 정박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원산의 김 위원장의 별장이라고 지목된 곳도 아직은 추정에 불과하고, 위성사진에 포착된 레저용 보트나 열차가 김 위원장 전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 또한 공개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3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위성사진을 통해 김 위원장의 위치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The reporting of the train in Wonsan…"
원산에 있는 열차가 김정은의 전용열차일 수 있겠지만, 이런 사실이 김 위원장이 해당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가 되진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과거 열차는 있었지만 김 위원장이 원산에 없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센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전용 여객기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인근 공항의 전용 격납고에 여객기를 보관하기 때문에 위성사진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이 위성을 통해 관찰 당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만큼, 위성사진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스 연구원] "That's basically what North Korea wants to show you…”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나 지도자와 관련된 정보는 핵심이고, 이에 따라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고, 고스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은 30일 VOA에 위성사진 분석이 어느 정도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면서도,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Ultimately what we are waiting for…”
스나이더 국장은 현 시점 궁극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건 북한 관영매체의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