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여부를 두고 국제적 논란을 빚은 한국의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이 오늘(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한국 정부는 유연한 법 적용을 강조했지만 한국 안팎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이 30일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 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를 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미화 약 2만6천 달러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이후 약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이날 정식 발효됐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와 법 적용 범위 등을 놓고 야당과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등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북한 정권의 눈치만을 봤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 정부가 탈북민 단체의 설립 허가를 취소한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목소리가 각계서 쏟아져 나온 겁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특히 미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 등은 이 법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를 준비하며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당 청문회는 아직 소집되지 않았지만 박 대표는 미 국무부 인사와 만나 대북전단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미 국무부가 곧 공개할 예정인 ‘2020 한국 인권보고서’에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이 탈북민의 대북 인권 활동을 압박하는 정책으로 실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을 비롯한 한국 내 27개 시민단체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이 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들 단체들은 30일 입장문을 통해 이 법의 효력 정지와 헌법소원에 대한 헌재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입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헌법재판소에서는 헌법소원 제기된 것을 계속 심리 중이라고 하고 언제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입장으로 설명을 해서 언제 매듭이 지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제출한 단체들에서 빨리 결과를 내달라 촉구한다 입장을 내놓기도 했고요..”
한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의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며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법을 유연하게 적용할 방침임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종주 대변인] “이 법이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 정착 이런 세 가지 차원의 목표를 함께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 부합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법을 운용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방향에서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적용을 해 나가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씀 드립니다.”
통일부는 모호하다고 지적을 받았던 법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해석지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법안에 ‘장소’가 명시돼 있지 않아 ‘제3국에서의 북한 내 물품 반입 금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남북 군사분계선 일대로 장소를 한정했습니다.
하지만 남북 군사합의에서 상호비방과 적대행위 금지를 군사분계선 일대로 특정했는데, 통일부는 해석지침을 통해 남한 전역에서의 전단 살포를 금지토록 해 이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