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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활동 잇단 포착…"바이든 행정부 압박 의도"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찍은 위성사진. 출처=구글어스 이미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찍은 위성사진. 출처=구글어스 이미지.

최근 들어 북한이 벌이고 있는 모종의 핵 활동들이 잇따라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한 군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북정책 재검토를 진행 중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 노스’는 최근 민간업체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단지 위성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에는 단지 내 방사화학실험실에 증기를 공급하는 석탄화력 증기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모습이 담겼는데 ‘38 노스’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 사이 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분출되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 ‘CNN’ 방송은 2일, 지난달 11일 민간업체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핵무기 보관장소로 보이는 용덕동 핵시설 지하터널 입구에 은폐용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세웠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지난 1일엔 국제원자력기구, 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올해 첫 정기이사회에서 평양 인근인 강선 지역에서 핵 관련 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인 이춘근 박사는 영변 단지 내 방사화학실험실은 사용 후 핵 연료 재처리 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시설이지만 영변 5메가와트급 원자로는 그동안 가동이 멈춰서 있었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연기가 난다는 게 의아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실제 플루토늄 추출 작업을 한다면 연기가 한 달 가량은 지속적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용덕동의 경우 북한의 대표적인 고폭실험장으로, 이곳에서는 각종 탄두의 폭발력 증대와 소형화 기술 개발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계열의 탄두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어서 미국과 한국 정보 당국이 중점적으로 관찰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홍식 한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용덕동 핵시설 입구에 은폐용 구조물을 세웠다는 ‘CNN’의 보도와 관련해 미-한 정보 당국이 북한의 핵시설 관련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일부러 핵 활동을 노출시킴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려는 행동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경제난이 악화되고 있는 북한이 미국으로 하여금 보다 신속하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새 대북정책을 세우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으로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를 손 놓고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있어서 북한 정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핵 능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핵 활동을 보여주되 미국에 했던 핵실험과 신형 ICBM 발사 유예 약속은 지키는 수준에서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그러나 미국이 대북 제재를 지속할 경우 북한도 핵 능력 강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유엔 제재는 모든 핵 활동을 중단시켰지만 북한 스스로 약속한 것은 핵실험과 ICBM 발사만 안 한다고 얘기했거든요. 그것을 수직적 핵 능력 고도화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우라늄 농축량을 늘리거나 플루토늄 양을 늘리거나 기존 검증된 미사일을 만들어내거나 그것은 북한이 약속한 적이 없어요, 그렇게 안 한다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플루토늄 추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영변에서 연기를 피운 것은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영변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의 단계적 협상에 대비해 영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려는 계산된 행동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다시금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면 하노이 때처럼 결국 영변으로 나오지 않겠느냐 그런 얘기들은 지금 동의가 되는 상태거든요. 영변을 자신들이 얼마나 중시하고 있고 또 이게 얼마나 값어치가 있느냐는 것을 좀 보여줄 필요가 있죠.”

신범철 센터장은 포착된 북한의 핵 활동 수위가 낮다는 점에서 고강도 도발을 예고하는 행동으로 보긴 어렵다며, 다음주 지휘소훈련 방식으로 열릴 것으로 알려진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의 대응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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