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피살 공무원' 친형, 강경화 장관 면담…유엔 통한 북한 인권 강력 규탄 촉구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한국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 씨가 지난달 29일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한국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 씨가 지난달 29일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북한 서해상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상 규명이 북한의 공동조사 불응으로 한달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피살 공무원의 유가족은 오늘(21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을 만나 유엔을 통해 북한을 강력 규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2일 북한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21일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을 면담하고 유엔을 통해 북한을 규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씨는 강 장관과의 면담 직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히고, 특히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유엔총회에 상정되는 인권 문제 관련 보고서가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외교부가 챙기고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되고요,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가 북한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이었는데 작년부터 빠졌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엔 어떻게 할 건지,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라는 거죠.”

이 씨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현지 시간으로 오는 23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인 북한 인권 보고서에 대한 외교부의 입장과 올해 북한인권 결의안 참여 수위를 포함한 국제사회 공조 방안 등 7가지 요청 사항을 서면으로 강 장관에 전달했습니다.

이 씨는 앞서 지난 6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 동생의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 요청서를 접수한 뒤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 측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 배상 등을 요청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이 씨는 또 올해 유엔총회 북한인권 결의안에 동생 관련 문제를 첨부해서 협의해줄 것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인권결의안 참여 수위와 관련해 “유럽연합(EU)에서 초안을 작성하는 단계로, 최종 문안이 나오게 되면 협의를 거쳐 정부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씨는 또 동생 시신이 중국으로 갈 가능성에 따른 중국 정부와의 협조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래진] “중국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시신이 중국에 있을지도 모르고 그 다음에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중국과 외교채널을 통해서 시신이나 유해 송환과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요청을 한 거죠.”

이 씨는 강 장관이 중국 측에 이미 외교적으로 협조 요청을 했다며 거듭 협조 요청을 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강 장관이 자신의 건의들을 검토해 서면으로 답을 주겠다며 최대한 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씨는 이와 함께 면담을 통해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에서 끔찍한 살해를 당했는데 정부가 비현실적인 근거를 들며 성급하게 월북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방부 장관과 해군작전사령관, 유엔군사령관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면담 요청을 했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면담은 강 장관이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질의에 “피해자 가족의 아픔에 대해서는 정부로서 개인으로서도 십분 공감한다”며 유가족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성사됐습니다.

한편 이 씨를 포함한 유가족들은 피살 공무원 실종 한달을 맞아 21일 오후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선상 위령제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북한은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22일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이 씨의 자진월북 여부와 북한군의 시신 소각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국 해양경찰청은 이 씨의 월북 의사 표명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북한은 통일전선부 명의의 대남 통지문에서 밝힌 사건 경위에 이런 내용을 담지 않았습니다.

시신 소각 여부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북한 측이 사살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은 총격 후 시신이 사라져 부유물만 태웠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내에선 단속정장의 판단으로 총격이 이뤄졌다는 북한 측 주장과는 달리 북한 해군사령부의 사살 명령이 있었다는 감청 정보의 유무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진상규명을 위해 북한에 공동조사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씨의 유가족 대리인인 엄태섭 변호사는 북한의 불법 사살 행위에 대해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엄태섭 변호사] “국내 사법기관의 판단도 받아볼 생각이에요. 북한의 불법행위는 명백하지 않습니까. 우리 국민을 죽였으니까요, 사람을 죽였으니까요. 그래서 국내 사법기관, 법원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죽인 사람에 대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엄 변호사는 또 한국 정부가 실종 이후 사살되기까지 만 하루가 넘는 시간 동안 이 씨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한국어 뉴스 김환용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