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과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하루 앞둔 오늘(14일)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대비태세에 들어가는 한편 북한의 의도를 파악 중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4일 아침 강원도 문청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14일 오전 북한 수호이 계열 전투기가 원산 일대에서 공대지 로켓을 발사한 사실도 파악했습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 사항은 아닙니다.
한국 군은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미-한 정보 당국은 발사체의 제원 등 관련 사항을 정밀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번 순항미사일이 2017년 6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쏘았던 지대함 순항미사일과 같은 기종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 미사일은 최고 고도 약 2㎞로, 200㎞를 날아갔고 이번엔 150㎞ 이상을 비행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북한은 2017년 발사 다음날 관영매체를 통해 국방과학원에서 새로 개발한 신형 지상대해상, 즉 지대함 순항로켓을 처음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는 지난달 29일 ‘초대형 방사포’를 동해상으로 발사한 지 16일 만의 일이고, 올해 들어 5번째 발사입니다.
이번 발사는 특히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습니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북한이 3년여 만에 지대함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태양절을 앞둔 군사훈련의 일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태양절 분위기를 띄우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저강도 군사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태양절 앞두고 열병식도 못하죠. 중앙보고대회도 안 하는 것 같고 지금 나눠줄 배급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체제 결속과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중저강도 특히 저강도 군사행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맞춘 대외 무력시위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동대학교 박원곤 교수는 총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신들의 군사훈련을 도발이라고 보지 말고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대남 압박 메시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북한이 비록 저강도이긴 하지만 잦은 도발에 나서고 있는 데 모종의 전략 변화가 감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최근 도발 빈도나 수준, 형태로 볼 때 저는 지금 이런 추세로 간다면 북한이 원래 장기전으로 선포한 정면돌파 노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을 단기전으로 바꿔서 승부를 좀 빨리 걸려고 하는 그런 행태로도 읽힐 수 있다고 봐요. 그들에게 익숙한 벼랑 끝 전술을 통해서 한-미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그런 모습도 포함돼 있다고 판단됩니다.”
한국 군 당국은 순항미사일 발사와 함께 수호이 계열 전투기에서 공대지 로켓까지 쏜 데 대해선 지상과 공중전력의 합동타격 훈련이거나 보통 3월 말에 종료되는 동계훈련 중 부족한 훈련을 더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