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오는 11월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초반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샌더스 의원은 미-북 정상외교를 강력히 지지하는 한편,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온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2일 미 민주당 대선 후보 3차 경선인 네바다주에서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뉴햄프셔에 이어 2연승을 달성하며, 초반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습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참패하며 ‘대세론’이 흔들렸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2위로 도약했고, 아이오와 코커스 1위로 돌풍을 일으켰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3위로 주춤했습니다.
요동치는 경선 구도 속 선두로 치고 올라온 샌더스 의원은 스스로를 ‘민주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 칭하는, 대표적인 진보 주자입니다.
특히, 민주당 대선주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보입니다.
샌더스 의원은 23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며, “나는 이 세상 하늘 아래 모든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 왔지만, 내게 있어 적대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샌더스 의원] “Yeah, I mean I've criticized Trump for everything under the world, under the sun. But meeting with people who are antagonistic is to me, not a bad thing to do…”
그러면서 "불행히도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사진을 찍기 위한 기회였을 뿐, 회담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종류의 외교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샌더스 의원은 이전에도 북 핵 협상과 관련해 대부분의 다른 민주당 대선주자들처럼 단계적 접근법을 지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10일 `뉴욕타임스’ 신문의 민주당 대선주자 설문조사에서, 북 핵 물질 개발 동결을 대가로 점진적으로 대북 제재를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대북 제재 해제 이전에 실질적인 군축이 선결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샌더스 의원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해법은 ‘북한과의 평화관계 촉진을 통한’ 문제 해결입니다.
북 핵 감축, 사찰과 함께 한국전쟁을 끝내고, 남북한과 미국 간 평화관계를 촉진하기 위한 모든 조치들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기회를 증진할 것이란 주장입니다.
샌더스 의원은 의회 내 진보코커스에 소속돼 있는 유일한 상원의원으로, 이 그룹의 공동의장인 민주당의 로 칸나 하원의원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샌더스 대선 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인 칸나 의원은 한국전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지지를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해온 인물입니다.
칸나 의원이 지난해 2월 대표 발의해 현재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인 ‘한국전 종전 촉구 결의안’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꾸준히 지지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칸나 의원이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위해 제시하고 있는 방안은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관이 제안한 ‘페리 프로세스’입니다.
[녹취: 칸나 의원] “I think they need to look at the framework that Clinton and Perry laid out for a reasonable framework for peace and getting passed the armistice and that would include the inspection and suspension of their nuclear facilities…”
칸나 의원은 VOA에,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과 검증을 대가로 미국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상응 조치를 제공하는 “평화를 위한 합리적인 체계”를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민간 차원에서 샌더스 의원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단체는 국제 여성평화운동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코리아 피스 나우’입니다.
‘코리아 피스 나우’는 ‘위민 크로스DMZ’ 등 4개 여성평화운동 단체들이 발족한 국제연대 캠페인으로, 올해 말까지 한국전 공식 종결과 평화협정 체결, 미-북 관계 정상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샌더스 의원은 이 단체와의 면담 직후인 지난해 4월 관련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며, “한국과 북한의 평화 합의는 미국과 역내 안보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코리아 피스 나우'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위민 크로스 DMZ’는 한반도 문제에 특정해 미 의회를 상대로 공식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일한 민간단체로, 특히 칸나 의원의 ‘한국전 종전 촉구 결의안’ 지지 로비를 벌이고 있습니다.
연방선거위원회에 보고된 기부 내역에 따르면 ‘위민 크로스 DMZ’ 창립자인 크리스틴 안 사무총장은 지난 2월과 4월 샌더스 의원의 대선 캠페인에 소액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경선 초반 선두주자 자리를 굳히며 탄력 받은 '샌더스 대세론'은 오는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와, 14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리는 다음달 3일 '슈퍼 화요일'에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