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스웨덴 정부는 북한 정권의 제제 회피 행태를 폭로한 새 다큐멘터리 내용과 관련해 유엔과 유럽연합(EU)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계자들이 유엔이 금지한 미사일 등 각종 무기 판매를 시도하고, 아프리카 우간다에 무기공장 건설까지 추진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덴마크와 스웨덴 정부는 북한 정권의 제재 회피를 폭로한 ‘잠복(The Mole)’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와 유럽연합(EU)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예베 코포드 덴마크 외교장관과 안 린데 스웨덴 외교장관은 12일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여러 활동을 담은 다큐 내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공동성명] ‘We are deeply concerned by the contents of the documentary called The Mole, which concerns a number of activities related to the DPRK. In response to these concerns, we have decided to task our missions to the UN,”
두 장관은 특히 다큐 내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북한의 모든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활동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반드시 존중되고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를 이행하고 준수하는 것은 북한과 다른 모든 나라의 의무임을 명확히 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예단하지 않은 채 다큐 속 정보 내용과 그에 따른 가능한 추가 조치도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덴마크 공영방송 ‘DR’과 영국 ‘BBC’ 방송 등은 앞서 지난 주말 덴마크의 독립영화 제작자인 매즈 브뤼거 씨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잠복’을 방송했습니다.
‘잠복’은 공산주의 독재정권에 매료된 덴마크 요리사와 코카인을 팔다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전직 프랑스 외인부대원 등을 위장시켜 실제 무기 거래 과정을 자세히 담고 있습니다.
브뤼거 씨는 ‘BBC’ 방송에 이 다큐멘터리를 10년간 준비했다며, 3년 동안 평양과 우간다 등을 방문해 함정취재를 통해 북한 정권의 제재 회피 행태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다큐멘터리에는 북한 관계자들이 국제 무기 거래상인 ‘미스터 제임스’로 위장한 프랑스 전직 외인부대원 짐 라트라셰-포트러프 씨 등에게 로켓과 미사일 등 각종 무기의 판매를 시도하는 모습과 다양한 무기 사진들이 담겼습니다.
[다큐멘터리 '잠복' 중] “They said, this is what we can sort you out with….all kinds weapons missiles, really big missiles,”
또 평양에서 만난 일부 북한 관리들과 아프리카 우간다로 이동해 빅토리아 호수의 한 섬을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우간다 당국에는 섬 구매 목적이 호화 리조트 건설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무기와 마약 제조공장을 세우기 위한 계획이라는 겁니다.
이와 함께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우간다 사업계획이 담긴 봉투를 건네는 모습도 담고 있어, 북한 외교관들이 제재 회피에 직접 관여한다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의 지적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라는 북한 외교관은 다큐에서 위장한 제작진에 신중할 것을 경고하며, 무슨 일이 생기면 대사관은 아무 것도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밖에 다큐 ‘잠복’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무기상에서부터 제재를 회피하는 다양한 방안까지 북한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자세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BBC’ 방송은 다큐에 등장하는 북한 관리들의 행태가 어설퍼 조작 논란이 있지만, 휴 그리피스 전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조정관은 이 방송에 내용이 상당히 신뢰할 만 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다큐 속 여러 요소는 이미 알려진 것들과 잘 일치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마 가장 당혹스러워할 만한 작품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