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현직 정보당국자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반도 주변국들이 참여하는 ‘6자회담’ 등 다자 방식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을 이해관계자로 만들고, 한국 등 동맹과는 긴밀히 조율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관은 6자회담과 같은 ‘다자 방식’이 북한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담당관] “I don't want to get through all the reasons why that's good, because you know, keeping China as a stakeholder, you know, coordinating closely with Seoul in Tokyo, leveraging Moscow, which can be very useful, the six party talks at times. You'll just.. What a re-multilateralization, if we could use that term, would allow us to really have greater trust in coordination on North Korea going forward.”
사일러 담당관은 22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6자회담을 통해 중국을 이해관계자로 유지하고, 한국.일본과 긴밀히 조율할 수 있으며, 때때로 6자회담에서 유용할 수 있는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재 다자화(re-multilateraliz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방안이 북한과의 조율을 전진시키는 데 있어 미국이 큰 신뢰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일러 담당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추진됐던 6자회담 즉, 다자적 접근법이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 지속됐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담당관] “An approach that was continued by the fact that we still had a special envoy for six party talks, you know through the Obama years even when six party talks hadn't happened, because it commitment to the multilateral approach to this issue,
회담이 열리진 않았지만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수 년 동안 (미국엔) 6자회담 특사가 있었고,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한 다자간 접근에 전념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사일러 담당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과 국무부 6자회담 특사를 지내고, 국가정보국(DNI)과 중앙정보국(CIA)에 근무하는 등 40년 가까이 북한과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당국자입니다.
현재 사일러 담당관이 재직 중인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는 국가정보국(DNI) 산하기구로, 미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취합, 평가해 백악관과 내각 등에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과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개 나라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진행하며 2005년 9.19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2009년 북한이 합의를 파기한 이후 현재까지 6자회담은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토론회를 진행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대사는 사일러 담당관의 6자회담 관련 언급에 대해 “다자화는 동맹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또 다른 이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퍼트 전 대사] “The multilateralization does the other another benefit is essentially which you implied is that it takes pressure off of the alliance as well on this.”
그러나 같은 날 미 평화연구소(USIP)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조셉 윤 전 국무부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회담 재개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녹취: 윤 전 특별대표] “They've always wanted the optic of going mano a mano with the US, and they like that they see, you know, we're going against the US is not about South Korea, China and so on, is about us and US.”
북한은 미국과 언제나 미국과 투우 경기에 임하는 듯한 상황을 원했으며, 자신들이 미국에 대항할 것이고, 이 사안이 한국이나 중국 등이 아닌 미국과 자신들의 문제라는 점을 주장해 왔다는 겁니다.
조셉 윤 전 특별대표는 또 북한이 6자회담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자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패거리를 지어 북한에 맞서는 일종의 5대 1구도인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며, 이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윤 전 특별대표는 북한과의 다자 협상이 꼭 6자회담일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방식의 다자 구성은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 전 대표] “I would certainly imagine that multilateralizing, not just six party talks as one option. Four party talks is the other option with two Koreas, US and China is another option. Another option is you know bringing P5 into it. You know, model, similar to Iran agreement model P5 plus to say all three.”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이 선택지가 될 수 있고, 이란과의 핵 협상 때처럼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3개 나라가 추가된 형태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윤 전 특별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도 문제는 중국과 같은 나라로부터 충분한 헌신을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이런 다자회담을 현실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은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동시에 협력국과 동맹과 협의를 하는 방식이었다며, 만약 초기 합의가 이뤄지면 협상을 4개 나라로, 또 이후 어쩌면 6개 나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엄 연구원] “Basically pursue the approach that we did during the Trump administration which is bilateral talks directly with North Korea, while we're also consulting with our partners and allies. And if we achieve some sort of interim agreement, then quickly open it up to four parties, and then later maybe six parties
한편, 사일러 담당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이 별개 사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담당관] “History of this program shows and these major issues, North-South, denuclearization, abductee, you can have some progress and one without progress in the other two but the progress is usually not sustainable.”
역사적으로 볼 때 주요 한반도 이슈들, 이를 테면 남북과 비핵화, (일본) 납치자 문제 등은 일부가 진전을 보이고 나머지 사안들은 진전을 보이지 않는 양상을 보였는데, 진전을 이룬 사안도 통상 지속되진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이 2.29합의를 맺은 2012년 당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도전에 진전을 보였지만 이 시기 북한은 한국을 밀어내고 있었던 점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해지기 전까진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자신의 분석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이는 실망스런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일러 담당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에 전념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인 건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