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으로 있다가 탈북해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의원이 어제(13일) 자신이 탈북 전 북한 공사로 있었던 영국의 한국대사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벌였습니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처음 국정감사에 참여한 태 의원은 입법부와 행정부간 민주적 상호견제가 한국사회 발전의 원동력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13일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대해 화상 국정감사를 벌였습니다.
탈북 전 3년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다가 지난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 의원으로선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태 의원은 1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화상을 통해 박은하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사 시절 함께 일했던 북한 대사관 동료들이 떠올라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제가 이제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돼서 반대로 국정감사라고 대사에게 질문하는 이 현실, 이게 영화보다 더한 영화 같은 현실인데 이게 실제로 사실인데 누가 들어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나도 어제 울먹울먹하면서 준비했던 질문도 안 떠오르고 그러더라고요.”
태 의원은 국정감사에 임하면서 자신의 탈북 여파로 영국에 주재하고 있는 남북한 외교관들 사이에 경계심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북한 외교관 중에서 공사가 탈북했으니 다른 사람도 가능하니까 혹시 한국 외교관들이 주동적으로 치고 들어와 이렇게 하지 않을까 이런 경계감이 있고 또 한국 외교관들로선 북한 외교관 중에 탈북이 있었기 때문에 저들이 다가가면 그렇게 보일까 봐 주저해서 안다가가고 이렇게 호상 경계하고 멀리하는 이런 추이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럴 때 우리가 먼저 다가가서 좀 부드럽게 대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취지에서 말씀 드렸거든요.”
태 의원은 박 대사에게 최일 영국 주재 북한대사가 평양국제관계대학 1년 후배라고 소개하면서 북한 외교관들을 동포애로 따뜻하게 대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그 친구들 조용하고 비공식 자리에서 만나면 겉으론 차보여도 속은 따뜻한 친구들이니까 대사님께서 따뜻한 동포애, 그런 마음을 가지고 만나주시면 좋겠고.”
태 의원은 영국 주재 북한공사 시절 뉴몰든 한인 밀집지역에서 탈북민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 수집 과정에서 알게 된 현지 한인들을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째 북한을 드나들며 식량 지원을 했던 한인들과 ‘언청이’로 불리는 구순구개열을 앓고 있는 수 백 명의 북한 아동들을 수술해준 한인 목사, 추석이면 북한대사관에 떡과 과일, 쌀을 가져다 주던 한인 상인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태 의원은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의 이번 국정감사 업무보고에 영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빠진 점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외교관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이 대미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영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겁니다.
태 의원은 영국이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기 때문에 북한은 영국을 통해 미국의 속마음을 읽으려 한다며 2006년 첫 핵실험 전 예상되는 미국의 대응 수위를 파악하기 위해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정보 수집활동이 활발했던 사례를 들었습니다.
태 의원은 또 국정감사에서 ‘북한 서해상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영국에 있는 국제해사기구, IMO를 통해 북한의 사살 행위가 국제법 위반임을 환기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NLL 주변에서 조업하는 한국 어선은 물론이고 북한과 중국 어선들이 표류 중인 사람을 발견하면 신종 코로나 방역 같은 구실에 앞서 무조건 구조하는, 국제법적 의무에 기초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태 의원은 국정감사를 처음 직접 경험하면서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 군사적으로 북한에 열세였던 한국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을 체감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이번에 와서 제가 북한에 있던 사람으로서 국정감사를 해보면서 느낀 것은 대한민국의 발전의 원동력은 여기에 있구나, 이렇게 입법기관이 행정기관을 견제하고 행정기관의 잘못된 점을 들여다 보고 시정조치 취하고 또 행정기관은 입법부에 그 어떤 잘못을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이렇게 호상 견제하고 들여다보고 시정조치 하는 이런 관계가 대한민국의 지금까지 발전의 원동력이었겠구나 새롭게 봤거든요.”
태 의원은 정부 여당과 야당간 언성을 높이고 정쟁을 벌이는 일은 북한에선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결국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견제장치들이 만들어내는 자정 능력이 발전의 토대임을 확인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