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호주, 유럽연합이 유엔에서 북한의 납치 문제를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습니다. 미국은 국제 납치에 관여하고 있는 북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9일 미국은 북한 정부가 국제 납치와 강제 실종에 관여한 것을 전적으로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United States absolutely condemns the DPRK government’s involvement in international abductions and forced disappearances. Abducting citizens of Japan and other nations, and forcibly keeping them against their will in North Korea, is simply wrong. It is outrageous. And it cannot continue.”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일본과 다른 나라의 시민들을 납치해 그들의 의지에 반해 북한에 강제적으로 머물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잘못되고 잔혹한 일이며,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일본 국민들과 연대해 이런 불법 행위에 맞설 것이라며, 북한에 사람들을 풀어주고 북한을 떠나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We stand in solidarity with the Japanese people against such illegal actions. And we call on the DPRK to release these individuals and allow them to leave North Korea. And at the very best, the DPRK must release full information about them now without further delay.”
또 북한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이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이 납치 등 수많은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이 오래된 부당함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등 우방,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DPRK is responsible for countless human rights abuses – including these abductions. And we will continue to work closely with our friends and with our allies – including Japan – to resolve these longstanding injustices.”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 그리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의지를 명확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During Prime Minister Suga’s trip to Washington and the recent meeting with President Moon, President Biden made our commitment to this issue clear. These illegal and immoral abductions have also been discussed in a number of bilateral and trilateral discussions with the Governments of Japan and the Republic of Korea.”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미국 정부가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납치 문제에 대해 일본, 한국 정부와 양자회담, 또는 삼자회담에서 논의를 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정부 내에서 납치 문제 담당을 겸하고 있는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기조연설에서 “국제적인 과제로서 납치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한층 더 깊어질 것을 강하게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토 장관] “グローバルな課題として、拉致問題の解決を求める国際社会の機運が一層深まることを強く期待して…”
가토 장관은 모든 납치 피해자가 하루 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총력을 다해 최대한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가토 장관은 또 경제재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북한이 납치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한 후에는 일본과 밝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가토 장관]“拉致問題を解決し不幸な過去を清算して北朝鮮との国交正常化を目指し..."
납치 문제를 해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나면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가토 장관은 납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북한의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있는 납북 일본인 피해자는 17명으로, 이 중 5명만 2002년 귀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가 13명뿐이라며, 5명은 돌아갔고 8명은 사망해 납치 문제는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2014년 5월 28일 일본인 납치 피해자 전면 재조사에 합의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기로 했고, 일본은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더 이상 진전이 없었고 양측 협상은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일본은 전임 아베 신조 총리 때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통한 납치 문제 해결을 추진해왔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과 미국, 태국 등에서 북한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여겨진 피해자 가족들도 참석했습니다.
1977년 11월 15일, 13살의 나이에 니이가타 현 니이가타 시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 씨의 남동생 타쿠야 씨는 지난해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언급하며 누나를 구하기 위해 40년 넘게 싸워왔지만 아직 재회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타쿠야 씨] “どうかせめて母が元気で健康なうちにめぐみと日本で再会させてほしい…”
그러면서 어머니만이라도 건강할 때 누나와 일본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북한 정권에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일본인 납북 피해자 타구치 야에코 씨의 장남인 이즈카 고이치로 씨는 “가족들은 납치피해자와 함께 조용한 일상 생활을 보낼 수 있기를 그저 간절히 바라기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의한 납치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린 건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2016년부터 매년 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렸지만,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의 영향으로 열리지 않았습니다.
2년 만에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미국과 일본, 호주,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개최했으며, 처음으로 인터넷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