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내 야당과 민간단체들은 위헌적인 법률이라며 곧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는 14일 본회의를 열고 일명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남북관계 발전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게시물 게시 행위, 대북 전단 등 살포 행위를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런 행위를 하거나 미수에 그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겁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돼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됩니다. 이에 따라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의 효력은 내년 3월쯤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 개정을 추진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접경지역의 긴장을 조성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므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야당과 북한인권단체, 탈북민 단체들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반발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입니다.
[녹취: 조태용 의원]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보면 북한 위협을 이유로 해서 국민 기본권을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분명히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접경지역 주민안전은 당연히 저희도 신경을 쓰는 것인데 과연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가치를 근본적으로 규제하는 그런 입법을 갖고 해야 되느냐, 입법자체가 위헌이 아니냐는 다툼이 될 겁니다. 저는 뭐 충분히 싸워볼 만한 위헌소송이라고 생각합니다.”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남북한 당국간 약속인 남북합의서를 근거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변호사단체, 북한인권단체, 탈북민 단체 등 24개 민간단체들이 함께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을 하는대로 법적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법을 대통령이 서명하는 순간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그리고 헌법소원을 제기해서 이 법이 왜 과잉입법이고 잘못된 법인지 그리고 헌법위반인지를 다투는 그런 법적 쟁송 절차로 들어가겠습니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로 한국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이 법이 시행에 들어가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상학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이헌 변호사는 15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박 대표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북한에 굴종하는 ‘김여정 하명법’이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헌법적인 악법이라는 입장”이라며 이렇게 전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또 금지 행위인 ‘살포’의 의미를 정의하면서 ‘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 등의 이동’을 포함시켜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이번 개정안이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USB 전달 등 대북정보 유입을 막는 ‘대북정보유입 금지법’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명분으로 정보 유입까지 차단한 것은 과잉 입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이것은 남북합의서에 따라서 만든다고 하고선 슬쩍 군사분계선이라는 장소를 빼버렸습니다. 여기에 바로 대북 전단살포금지법의 위헌, 독소, 함정이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는 15일 설명자료를 내고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제정으로 북-중 국경을 통해 한국 드라마 등이 담긴 USB를 북한에 반입하거나 제3국에서 북한인에게 물품을 전달해도 처벌을 받는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통일부는 “한국의 영토·영해 등에서 살포한 전단 등이 제3국 영공이나 영해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갈 경우에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라며 “제3국을 통해 물품을 단순 전달하는 행위는 본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조태용 의원은 통일부의 설명과 달리 장소와 관계없이 대북전단 살포를 모두 금지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법이 시행에 들어가면 감시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부는 또 설명자료에서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권이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면서, “ ‘전단 등 살포행위’와 이로 인한 ‘국민의 생명·신체에 심각한 위험초래’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며 “표현의 자유의 일부 특정한 방식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미국에서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국제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인권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서 어느 가치보다도 존중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률 개정안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도 또한 동시에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최영삼 대변인] “정부는 말씀드린 우리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을 기본으로 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간다는 방침임을 말씀드립니다."
앞서 크리스 스미스 미국 공화당 의원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공산주의 북한을 묵인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정신적, 인도적 지원 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