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16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와 탈북민 단체들은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ICC 회부를 재차 권고한 데 대해서도 북한의 인권 개선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인권결의안이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현지시간으로 16일 유엔총회를 통과함으로써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2005년 이후 16년 연속으로 채택됐습니다.
북한인권단체인 북한반인도범죄철폐 국제연대, ICNK 권은경 사무국장은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결의안 채택을 환영한다면서 특히 북한 인권 상황의 책임자에 대한 제재를 권고한 대목을 주목했습니다.
올해 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 ICC 회부와 “가장 책임있는 자들을 겨냥한 추가 제재 고려” 등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가장 책임있는 자’는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표현으로 여겨집니다.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와 책임자 처벌 촉구는 2014년부터 7년 연속 결의안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권은경 사무국장은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COI 보고서에서 처음 북한 내 반인도범죄를 ICC에 회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중국 등 안보리 내 일부 국가의 반대 등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유엔 총회 결의안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함으로써 북한 당국에 인권 개선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은경 사무국장] “반인도 범죄에 대한 책임 규명을 할 시기가 왔을 때 책임 규명을 위한 일종의 근거 자료가 될 수 있고 그런 차원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에서 지속적으로 반인도범죄 문제를 다뤄야 하는 것은 맞는 것이고 또 반인도 범죄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다루기 때문에 책임 규명을 ICC를 통해서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결의안에서 하는 것이죠.”
탈북민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이사장은 고문과 자의적 구금, 납치, 정치범 강제 수용소 등 북한 인권 상황이 나아진 게 없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국경 봉쇄와 경제난 심화로 인권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 이사장은 결의안 통과 후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결의안 내용을 “쓰레기 같은 탈북민들이 지어낸 날조된 정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탈북민들을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이사장] “실제적으로, 물리적으로 인권을 침해받은 사람들은 힘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탈북민들이 왜 3만4천명이나 북한을 사랑하는 고향과 부모형제를 두고 왔습니까. 그 나라가 인권을 보장한다면 절대 올 리가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탈북민들에 대한 모욕이고 스스로 인권침해 국가라는 것을 자기 입으로 실토한 격이라고도 우리는 생각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김성 대사가 결의안을 “ ‘레짐 체인지’의 구실로 악용하려는 적국들의 공격 도구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한 데 북한 대사가 북한에서 금기시하는 ‘체제 교체’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김 대사의 이 같은 표현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북한 내부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늘 북한인권문제 하면 내정간섭이고 북한 체제에 대한 압살정책이고 이렇게 얘기를 해왔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레짐 체인지라는 말이 맥락에선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한 것은 좀 이례적인 것 같아요. 그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 상황이 코로나19와 유엔제재, 여름에 있었던 수해로 인해서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렇게 봅니다.”
권은경 사무국장은 결의안이 지난 9월 북한 서해상에서 일어난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점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결의안은 이 사건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최근 보고를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표현을 담았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앞서 유엔 총회 산하 제3위원회에 출석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규탄하고 유가족 보상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권은경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권은경 사무국장] “이 문제는 결의안 자체는 북한 당국에 대한 권고 내용으로 충분히 될 것 같고 이 문제를 세부적으로 규명하고 해결하고 사과를 받고 또는 가족과의 배상 문제 이런 구체적인 절차 문제는 한국 정부가 북한 당국과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키고 접근을 해야 할 문제인 것이죠.”
한국 정부는 이번 결의안 통과에 대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의지를 재차 확인했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 아래 이번 결의안 채택을 위한 컨센선스 즉 전원 동의 절차에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8년부터 11년간 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던 한국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정훈 전 외교부 북한인권대사는 헌법상 한국 국민인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데 유엔 회원국 다수가 참여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공동제안국에서 빠지는 것은 스스로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바이든 정부가 지금 트럼프 정부보다는 북한 인권을 훨씬 더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는 기대 하에 내년엔 유엔에서 이뤄지는 부분에 있어
선 공동제안국으로 다시 참여를 하고 보다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게 위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앞서 한국과 다른 나라의 47개 인권단체들은 최근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다시 참여할 것을 촉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이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