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한국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습니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휩싸인 상황에서 북한이 한동안 뜸했던 도발을 재개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2일 낮 12시 37분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동해 북동 방향으로 미상의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쏜 발사체의 비행거리가 240여㎞로 짧고 비행고도 또한 신형 대구경 방사포와 유사한 35㎞로 나타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발사체는 20초 간격으로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95일 만입니다.
청와대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2일 오후 1시30분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진행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4일부터 13차례에 걸쳐 KN-23 (19-1 명명·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 대구경조종 방사포,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19-4),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19-6·SLBM) 등을 쏘았고, 같은 해 11월 28일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한 이후 한동안 잠잠했습니다.
합참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사실을 알리면서 “북한이 지난 2월 28일 실시한 합동타격훈련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혀 이번 발사가 이 훈련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사태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한동안 뜸했던 도발에 다시 나선 의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한 양국은 오는 9일부터 예정됐던 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연기했습니다.
북한이 도발의 명분으로 내세워 온 미-한 연합훈련이 사실상 취소된 상황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쏜 데 대해 신형 무기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숙명여대 김진무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한 것은 새 무기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의 성격이 강했다며, 이번 도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려 있는 시점을 의도적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북한이 조그만 단거리 발사체 하나 발사했다고 해서 세계 이목이 코로나를 제쳐놓고 북한에 집중해서 북한을 비난하거나 제재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 그러니까 모든 국제사회의 제재나 압박을 회피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이번에 발사한 게 아니겠느냐 이렇게 판단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 문제를 핵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 억제 수준에서 상황을 관리하면서 제재를 유지하려는 데 대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밝힌 것처럼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한다면 핵과 미사일 고도화 및 새 전략무기 추가 개발 등에 나서겠다고 한 위협이 빈말이 아니라는 시위성 도발이라는 설명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상황관리하는 모드로 들어가고 제재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니까 한반도 문제는 지금 미국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까 이 기회에 단거리 발사체를 통한 저강도 도발을 하면서 관심을 환기시키고 협상을 통해 뭔가 제재를 해결하겠다는 그런 의도도 상당히 있을 수 있을 거에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미국을 근본적으로 건드리는 전략무기 도발은 자칫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옵션을 불러올 수 있고, 협상 구도 자체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저강도 도발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합동타격훈련을 2015년 1월, 2016년 3월, 2017년 4월 등 세 차례 실시했지만 지난달 28일 원산 해안가에서 시행한 규모가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과거 세 차례 타격훈련에서는 최대 300여문의 자주포와 각종 방사포 등을 동원해 집단 포격과 사격을 했지만 이번에는 90여문을 동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