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미국의 지원금을 영구히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피해를 당한 유럽 지역과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5천500억 달러 규모의 유럽부흥기금 창설을 제안했습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수단에 대한 거액의 징벌적 배상 부과를 인정했다는 소식, 이어서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를 향해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군요.
기자) 네, 30일 안에 WHO가 확실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미국의 지원금을 영구히 중단하고, 회원국 탈퇴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트위터를 통해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4쪽 자리 서한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자체가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조목조목 시간대별로 WHO의 잘못과 중국 편향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 서한에 담겼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줄곧 WHO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왔죠?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이래 WHO가 중국의 편을 들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중국과 함께 WHO를 비판해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WHO는 중국의 잘못된 정보를 홍보하고, 독립적인 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했군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사이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WHO에 압력을 가해 ‘팬데믹(대유행)’ 선언을 지연시키려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또 정보나 샘플도 공유하지 않고,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 선언을 한 게 언제였습니까?
기자) 지난 3월 11일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때는 이미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10만 명을 훌쩍 넘긴 때였습니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제대로 방역할 시기를 놓쳤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압력에 굴복해 팬데믹 선언을 늦췄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은 이미 WHO에 대한 지원금을 동결하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 영구히 중단할 수도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검토할 동안 미국의 WHO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앞으로 한 달 안에 WHO가 중대한 실질적 개선을 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영구히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개선이란 뭘 말하는 걸까요?
기자) WHO가 중국으로부터 독립된 기구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위하지 않는 기구에 미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한 달 안에 WHO가 개선을 보이지 않으면 WHO 회원국 유지 문제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WHO에 내는 지원금이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미국은 지난해 WHO에 4억 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제공했습니다. 이는 WHO 연간 예산의 15%에 달하는 규모인데요. 미국은 올해 이미 5천800만 달러를 WHO에 지원했다고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WHO 지원금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연간 4천만 달러 정도로 미국이 지원하는 액수의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미국을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하면서 WHO에 대한 지원금을 중국 수준에 맞춰 삭감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의 지원금 중단 선언은 국제적 책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은 사실이 아닌 의혹과 추측으로 가득차 있으며, 코로나 대응 실패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WHO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재 WHO는 이틀 일정으로 연례 총회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18일 첫날, 게브레예수스 총장은 WHO의 코로나 대응 노력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올해 WHO 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 속에 열렸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고요.
기자) 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화상회의로 진행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요. 알렉스 에이자 보건후생부 장관이 참석해 WHO와 중국 책임론을 강력히 제기했습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자국의 코로나 대응 노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습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향후 2년간 WHO에 2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또 WHO 차원의 코로나바이러스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독일과 프랑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손을 잡았다고요.
기자) 네, 유럽의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유럽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5천억 유로(미화 약 5천500억 달러) 규모의 공동기금 조성을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양국 정상이 화상회의를 통해 이런 제안을 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두 정상은 코로나바이러스로 타격을 입은 EU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기금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공동으로 기금을 어떻게 마련한다는 거죠?
기자) EU 27개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 EU 집행위원회가 유럽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고, 회원국들의 공동 차입을 통해 피해가 가장 심각한 나라나 지역에 사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원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경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텐데요.
기자) 네, 그래서 이 공동기금은 대출금이 아니라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상환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상적이지 않은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평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럽인으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마크롱 대통령도 유럽연합의 단결을 강조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커다란 진전으로서, 유럽연합이 단결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간 유럽연합은 코로나 위기 상황을 맞아 이런저런 갈등이 노출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당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럽연합이 회원국을 제대로 보호하고 지원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이들 국가는 경제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대출이 아니라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견도 적지 않았다고요.
기자) 네,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당초 대출로 지원하고 나중에 상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할 경우 재정 적자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인데요.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장기화하고, 유럽 전체의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고조되자 두 나라가 서둘러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유럽연합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건설적인 제안이라며 적극적으로 환영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양국의 제안은 유럽이 직면한 경제적 도전의 크기를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다른 유럽 회원국의 반응도 살펴볼까요?
기자)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중요한 첫 단계를 밟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요. 스페인도 큰 진전이 이뤄졌다며 호평했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트위터에, 경기부양책은 보조금이 아니라 대출로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적어 앞으로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 연방 대법원이 수단 정부에 대한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 부과를 인정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8일 미 연방 대법원은 지난 1998년에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테러를 지원한 혐의로 수단 정부에 8억 달러에 달하는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진행자) 연방 대법원 판사가 9명인데 의견이 어떻게 갈렸습니까?
기자) 의견이 나뉘지 않은 만장일치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2심 법원이 해당 소송을 심리할 당시 해당 법원에 재직했다는 이유로 판결에서 자신을 제외했습니다.
진행자) 대법원이 언급한 징벌적 배상금이라면 뭘 말하나요?
기자) 과거에 저지른 잘못된 행위를 벌하는 의미에서 부과하는 돈을 말합니다.
진행자) 이날 결정이 1998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테러와 관련됐다고 했죠?
기자) 네. 당시 국제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가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을 겨냥해서 폭탄 테러를 했습니다. 이 테러로 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진행자) 이 테러와 수단 정부가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은 수단 정부가 당시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에게 은신처를 주는 등 알카에다를 재정적, 기술적으로 지원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래서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발생한 테러에 수단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 대사관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서 오래전에 수단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던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이미 2001년에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11년 수도 워싱턴 D.C. 소재 연방 지법에서 1심 판결이 나왔는데요. 당시 법원은 수단이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라덴을 지원했다면서 희생자와 가족에게 총 102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명령한 배상금 가운데 43억 달러가 징벌적 배상금이었습니다.
진행자) 이 판결이 1심 판결이었는데, 2심에서는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네. 해당 소송을 심리한 워싱턴 D.C. 소재 연방 순회 항소법원은 2017년 전체 배상금 가운데 징벌적 배상금을 면제해 달라는 수단 정부 측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대법원은 1심 판결처럼 징벌적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거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1심 법원이 정한 43억 달러 가운데 약 8억 달러를 징벌적 배상금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1심 법원은 징벌적 배상금을 서로 다른 두 원고에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하나는 미국 시민들이나 군인, 정부 직원과 계약직 직원들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 국적자들인데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첫 번째 부류에만 적용됩니다.
진행자) 그럼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네. 대법원은 2심 법원에 이들에게도 징벌적 배상금을 지급할 것인지 검토해서 결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진행자) 수단 정부는 미국 대사관 테러 외에 다른 사건으로도 미국에 거액을 배상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네. 2000년 예멘에서 발생한 미 해군 USS 콜 폭탄 테러 사건과 관련해서 역시 이 테러를 감행한 알카에다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수단 정부가 소송을 당했는데요. 결국 수단 정부는 테러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7천만 달러를 배상하기로 올해 합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