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첫 외국 기업 영업소 진출

지난해 9월 개성공단 내 SK어패럴 공장의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료사진)

개성공단에 외국 기업이 처음 진출합니다. 제조업체가 아닌 영업소 형태지만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개성공단 국제화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독일의 섬유기계용 바늘업체인 그로쯔 베커르트사가 최근 영업소를 개성공단에 설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이 업체의 요청이 교류협력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해 협력사업 신고를 10일 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 독일 회사는 조만간 개성에 몇몇 주재원과 수 명의 북한 직원을 둔 소규모 영업소를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영업점은 개성공단 내 20여 개 섬유봉제 업체를 상대로 바늘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그로쯔 베커르트는 1852년 설립된 회사로 전세계 150개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1999년 100% 자회사를 설립해 보유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에는 125개 생산기업과 편의점, 은행 등 87개 영업점이 있지만 모두 한국 회사들입니다.

따라서 비록 생산업체의 영업점 형태로 들어오는 것이지만 외국 회사가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개성공단 국제화 방안과 맞물려 이번 독일 기업의 진출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박사입니다.

[녹취: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박사] “개성공단 국제화가 중요한 과제인데 3통 문제를 비롯한 제도 개선 사항은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들어가기엔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외국계 판매점을 개성공단에 입주시킴으로써 개성공단이 국제화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그런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한국 당국에 개성공단 진출이나 투자를 문의한 외국 기업들은 20여 곳이고 이 가운데 두 개 업체는 생산기업 형태로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데 구체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오는 19일 열자고 9일 북한 측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발전하려면 국제경쟁력 강화와 안정성 제고가 중요한데 북한측이 명확한 이유 없이 호응하지 않아 제도개선과 외국 기업 유치가 지연되고 있다며 북한이 공단 발전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 조속히 응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분기에 한 번씩 개최하기로 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19일 열린 뒤 반 년 가까이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측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또는 위원회 산하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어 시험가동 중인 전자출입체계 전면가동이나 인터넷 설치, 그리고 상사중재위원회 운영 방안 등 현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북한 측은 지난 2월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시작한 이후 이 같은 협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