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음주 미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미 주요 언론들이 과거사에 대한 아베 총리의 진솔한 입장을 촉구했습니다. 과거를 부인하면서 일본이 미래에 더 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인데요.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20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이번 미국 방문의 성공여부는 안보와 경제 뿐아니라 전쟁 역사를 얼마나 정직하게 마주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과거사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로 아베 총리와 그의 우파 정치 측근들의 역사 인식을 지적했습니다. 역사에 대해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심지어 역사를 다시 쓰려고 시도해 지역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아베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개적으로는 전쟁에 대해 반성을 표하고 성노예 등 일본의 과거 침략에 대한 사과를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발언에 모호한 수식어를 계속 덧붙이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아베 총리의 태도가 사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신문은 그러면서 일본이 계속 과거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일본이 21세기에 원하는 보다 큰 역할을 신뢰 있게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 ‘워싱턴포스트’ 신문 역시 20일 아베 총리의 과거사에 대한 입장과 행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신문은 무라야마 전 총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베 총리가 일본의 평화와 번영을 강조하며 과거 침략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희석시키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이런 배경을 볼 때 아베 총리가 다음주 미 의회연설에서도 미국과의 평화협력과 가치 공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신문은 그러나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 단지 피상적으로만 언급한다면 동아시아에 긴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그러면서 아베 총리와 우파 세력이 어떻게 과거사를 부인하거나 축소하고 있는지 일부 내용을 자세히 나열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규모를 크게 줄이거나 이들이 매춘부였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일본의 전쟁범죄 행태가 다른 나라들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는 겁니다.
신문은 또 아베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이란 핵심 용어를 사용하며 무라야마 담화를 본인 발언처럼 계속 그대로 계승할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에는 아베 총리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전문가들의 기고가 계속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 컬럼비아대의 제랄드 커티스 교수는 지난 10일 기고를 통해 아베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16일에는 한국 연세대 이정민 교수의 기고가 실렸습니다. 이 교수는 아베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과거사를 회피하며 무시한다면 일본이 전후 민주주의와 인권, 존엄의 불빛이 됐다는 아베 총리의 주장은 신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