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6자 수석 "남북간 핵 문제 직접 협의해야"

지난 2008년 9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경제에너지 실무회담에서 남측 황준국 북핵단장(오른쪽)이 북측 현학봉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에 비핵화 문제를 한국과 직접 협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8.25 남북 고위급 합의가 대화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며 비핵화 문제도 양측의 대화로 실마리를 풀어보자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 기사 보기] S. Korea Seeks Nuclear Talks With N. Korea

북 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의 지뢰도발로 촉발된 위기 상황이 8.25 고위급 합의로 해소된 것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줬다며 비핵화 문제도 남북한이 직접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23일 서울에서 연 국제토론회 오찬사에서 남북한이 직접 대화하다 보면 불가능해 보였던 차이를 극복하고 접점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북한은 진지한 자세로 비핵화 문제를 다뤄야 하며 이를 위해 남북 간에도 직접 만나 핵 문제를 협의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핵 문제를 담당하는 책임 있는 북측 관계자와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

황 본부장은 8.25 고위급 합의의 첫 이행 조치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돼 다행이라며 다른 합의들도 원만하게 이행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이를 추동력으로 살려 비핵화와도 선순환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또 9.19 공동성명에 담겨 있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과 미-북 관계 정상화, 그리고 평화체제 수립 등은 한국을 배제하고는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평화협정 협상 제안이 9.19 공동성명에 위배된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습니다.

9.19 공동성명이 6자회담의 목표가 비핵화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는 직접적인 관련 당사국들이 별도 포럼에서 논의한다고 돼 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황 본부장의 이런 발언들은 북한이 최근 잇따라 제기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논의 주장에 대해 직접 당사자로서의 한국 정부의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8.25 합의 이행을 계기 삼아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마리를 푸는 주도적 역할에 나설 뜻을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황 본부장은 이와 함께 이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와 9.19 공동성명에 기초해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대화와 협상에 나와야 한다며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 것 만으로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것입니다. 핵 문제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타협적인 자세를 취하는 게 핵 탈출구 모색의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금 북한이 우선 취해야 할 조치는 눈에 보이는 영변 핵 활동부터 중지시키는 것입니다.”

황 본부장은 이와 함께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 5개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고 비핵화를 요구하는 일치된 입장임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이런 5자의 요구에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닫아버리는 것이라며 핵 문제 해결 없이는 인민생활 개선을 위한 평화적인 대외환경이 달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 핵 문제가 양국 간 갈등 분야가 아닌 협력 분야로 분류됐다며 이는 5자 공조 차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황 본부장은 따라서 북한이 지금처럼 고립의 길을 걸으며 핵 능력을 고도화한다면 되돌아 올 길이 너무 멀어진다며 이제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오라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