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일본 군 위안부 문제를 대일 외교 현안으로 부쩍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공세를 희석시키려는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문 기사 보기] N. Korea Raises ‘Comfort Women’ Issue
북한은 일본 군 위안부 피해자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북한에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일본 군 위안부 문제가 일제가 한반도 강점 기간 동안 조직적으로 감행한 극악한 인권 유린 범죄라고 비난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대변인은 특히 최근 한-일 정상이 이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한 데 대해, 이런 범죄 행위는 특정 피해자하고만 얼렁뚱땅 해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며 북한도 포함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해결 방안으로는 일본이 국가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이런 입장 표명은 북한 내 인권 유린 실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엔에서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에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의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일본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한-일 간 현안이 됐을 때 간헐적으로 입장을 밝힌 정도였지만 이번에 외무성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유엔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해 온 일본을 압박하려는 전술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희석시키면서 일본 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여지고 전략적 관점에선 한-일 관계의 와해, 더 나아가서 위안부 부각을 통해 남북 공조로 일본을 압박하려는 그런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이런 공세적 태도는 특히 최근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즈음에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정상회담 당일인 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일본이 지난날 수많은 여성을 성노예로 끌고 간 범죄에 대해 사과는 고사하고 사실을 덮으려고 한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조선중앙통신'은 유엔주재 일본 외교관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도전해 이미 정리된 일이라고 주장했다며 일본이 과거 청산을 회피하는 한 국제사회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는 북한의 위안부 문제 제기가 한-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국민들의 반일정서를 이용해 박근혜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자는 합의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의구심을 최대한 활용해 남-남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남광규 교수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만약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결국 박근혜 정부의 잘못으로 몰아부칠 수 있는, 비난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국내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거든요. 이런 부분을 좀 더 격화시키기 위한 그런 의도로서 갑자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되죠.”
현재 북한에 일본 군 위안부 피해자가 얼마나 생존해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지난 2005년 당시 83살의 박영심 할머니가 일본의 자유기고가를 통해 17살 때 중국 난징의 금수로 위안소로 끌려가 약 3년 간 하루에 30여 명의 일본 군들로부터 성 노예 생활을 강요당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에도 상당수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영남 쪽에서 부녀자가 많이 끌려간 점으로 미뤄 한국 보다는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200여 명이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돼 있고 이가운데 47 명이 생존해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