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18일) 외자 유치에 초점을 맞춘 라선경제특구 종합개발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의지는 보이지만 외국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18일 발표한 라선경제특구 종합개발계획에서 외국 자본의 투자를 허용할 북한 기업들을 공개했습니다.
또 이 특구에 대한 50여 개의 투자 관련 법규를 공개하고 10 곳의 관광지 개발 대상지와 9 곳의 산업구 개발 대상 지역들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의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이 라선경제특구와 관련해 투자정책과 세금 등 일부 규정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 종합개발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 특구를 만성적 경제난을 타개할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IBK 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2년 동안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북한의 다른 경제개발구들과는 달리 라선특구는 라진항 개발과 함께 관광과 임가공사업 등이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개발 청사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투자 자본과 수익의 회수, 그리고 자율적 경영의 보장 등 그동안 북한에 진출했던 외국 기업들이 겪었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보기엔 발표 내용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외국 투자자들이 소득을 제한없이 특구 밖으로 내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독자 경영을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긴 했지만 보다 세밀한 하위법령 등의 법제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겐 여전히 불안요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광진 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에도 외자 유치를 위해 유사한 조항들을 만들었지만 실천에 옮기지 않아 외국 기업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일례로 북한에 진출한 이집트 이동통신업체 오라스콤도 북한에 투자했다가 수익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이번에 발표된 계획에는 전력과 교통, 통신과 같은 특구 내 인프라 구축 방안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종합개발계획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연구위원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인프라 투자는 북한이 현재 할 수 없는 거죠. 자본이 없고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 이번에 발표하면서 종합계획 레토릭 수준에 그쳤지 구체적으로 실현이 가능하려면 북한이 투자를 끌어들여서 인프라 구축을 해야죠.”
조봉현 박사는 북한은 라선경제특구의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라진항 주변에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하는 등의 합의를 했지만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박사 / IBK 경제연구소]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과의 관계 개선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이 이뤄져야만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에 여기에 북한이 얼만큼 적극적으로 나오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번에 외자를 받겠다고 발표한 업체들은 업종이나 규모 면에서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신호탄으로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이 발표한 업체들은 라선종합식료공장, 라진영예군인일용품공장, 라진음료공장, 선봉온실농장 등 주로 경공업에 치중돼 있습니다. 김광진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광진 연구위원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량 자본이 투자돼서 기업을 움직이고 상품을 만들어서 파는 그런 식의 공업단지가 아니고 인민생활과 관련된 아주 기초적인 기업들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그것은 라선 지역을 홍콩식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아니고 현재 경제를 좀 활성화시키겠다, 그 지대의 인민생활을 좀 향상시키겠다, 그런 정도의 목표 밖에 안되죠.”
김 연구위원은 이 때문에 라선종합개발계획이 과감한 개혁개방이라는 근본적인 변화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북한 당국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