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백두산 지역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한 생수가 북한 라진항을 거쳐 부산항에 도착했습니다.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민간 상업화물이 라진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것은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식료품업체인 농심이 중국 백두산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는 생수 제품 ‘백산수’가 북한 라진항을 거쳐 부산항에 도착했습니다.
농심에 따르면 중국 옌볜에서 생산된 생수를 싣고 북한 라진항에서 출항한 6천600t급 일반 화물선 ‘뉴글로벌’호가 7일 오전 부산항 신항 제4부두에 입항했습니다.
라진항을 통해 백두산 생수가 운송된 것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라진-하산 프로젝트 3차 시범운송 사업의 일환입니다.
특히 지난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라진-하산 프로젝트에 따라 라진항을 통해 러시아산 유연탄이 벌크선으로 한국에 들어 온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민간 상업용 컨테이너 화물이 라진항을 거쳐 들어오기는 처음입니다.
한국의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한국 통일부 대변인] “이번 3차 시범운송은 과거에는 벌크선만 라진항에서 접안해서 선적하고 하역하는 능력을 봤던 것입니다. 그 경제성을 따졌던 것이고 이번에는 더 상품을 다양하게 옮길 수 있는 컨테이너선을 옮기는 과정에서 라진항이 과연 그 능력이 되는지 보는 데 주안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에 도착한 배에는 농심이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의 백두산 지역 얼다오바이허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컨테이너 10개 분량의 ‘백산수’ 170t이 실렸습니다.
얼다오바이허에서 훈춘의 포스코현대 물류단지, 북-중 육로국경인 훈춘 취안허 통상구를 거쳐 북한 라진항으로 육로로 옮겨진 뒤 라진항 3호 부두에서 선박에 실려 부산항으로 왔습니다.
농심은 ‘백산수’의 물류비 관리 차원에서 다양한 운송노선을 검토하던 중 라진-하산 프로젝트 주관사인 포스코의 요청으로 이번 시범운송에 참여했습니다.
농심은 현재 백산수를 얼다오바이허 생산공장에서 다롄항까지는 철도로, 다롄항에서 평택항과 부산항까지는 해상 노선을 이용해 한국에 들여오고 있습니다. 다롄항까지는 1천 킬로미터, 이어 평택과 부산항까지는 각각 600 킬로미터와 1천 킬로미터 거리입니다.
농심 관계자입니다.
[녹취: 농심 관계자] “백산수 생산공장에서 라진까지는 차량으로 250 킬로미터 부산항까지는 선박으로 950 킬로미터로 기존 보다 거리 측면에서 약 800 킬로미터 정도 가까워집니다. 이 노선이 정기화되면 물류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라진-하산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는 남북한과 러시아 간 3각 사업으로 앞서 두 차례 러시아산 유연탄을 시범운송했고 이번 3차 시범운송에서도 러시아산 유연탄 12만t이 시베리아 쿠즈바스 탄전에서 라진항까지 철도로 운송된 뒤 라진항에서 벌크선으로 광양과 포항으로 옮겨졌습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라진항을 거쳐 부산에 도착한 이번 시범운송은 라진항 물동량 확보를 통해 라진-하산 프로젝트는 물론 앞으로 북-중-러 세 나라 접경지역의 물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습니다.
포스코는 이미 북-중-러 접경지역인 훈춘에 국제물류단지를 조성해 올해부터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라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을 러시아 하산과 북한 라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도로 운송한 뒤 화물선을 이용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사업으로, 한국 정부는 이 사업을 북한에 대한 5.24 제재 조치의 예외로 인정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