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운 터널을 굴착하고 있다는 위성사진 판독 결과를 내놨는데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새 터널이 북한의 핵실험 역량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진 않지만 장기적 유연성을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외부의 주목을 끌기 위한 의도적 연출이라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찍은 위성사진을 봤다며, 새 터널이 굴착되고 있고 현재 초기 단계로 완성까지 3 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녹취: 닉 한센 연구원]
위성분석가이자 군사전문가인 한센 연구원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기존 터널에서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만큼 새 터널이 북한의 핵 역량에 당장 중요한 변화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보다는 3~4년 뒤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 한 개 더 늘었다는 액면 그대로의 진전으로 보는 게 정확한 해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그러나 새 터널 굴착이 작업하기 매우 불편한 장소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해당 지역을 선정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닉 한센 연구원]
서쪽 갱도로 뻗은 도로를 벗어나,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너머에서 굴착이 이뤄지고 있어 터널에서 파낸 흙을 운반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분석 결과를 내놓은 북한전문 웹사이트 ‘38 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선임연구원은 더 많은 터널을 확보할수록 더 많은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단순한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엘 위트 연구원]
풍계리 핵실험장은 동쪽, 서쪽, 그리고 남쪽 갱도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 가운데 2006년 1차 핵실험을 했던 동쪽 갱도는 더 이상 유지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2009년과 2013년 2차, 3차 핵실험을 했던 서쪽 갱도에선 여전히 활동 조짐이 보이고, 2009년부터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남쪽 갱도는 거의 완성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엘 위트 연구원은 현재로선 북한이 과거 핵실험을 했던 갱도들을 다시 사용하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동쪽 갱도는 완전히 폐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엘 위트 연구원]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계속 포착되는 특이동향을 통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새 터널 굴착을 동창리 장거리 로켓 발사 시설의 지속적인 개선 작업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정확한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북한이 또다시 로켓 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핵실험 또한 강행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현지 동향을 볼 때 핵실험이 임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핵 역량 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추가 실험이 필요한 만큼 북한은 정치적으로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할 때 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북한의 새 터널 굴착을 대내외적 환경을 모두 개선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했습니다. 특히 실질적인 군사 역량 강화보다 과시용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랠프 코사 소장]
새 터널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 역량에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외부의 주목을 끄는 역할 또한 톡톡히 해냈다는 지적입니다.
코사 소장은 북한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ISIL에 집중된 전세계의 관심과 우려를 일부나마 자신들 쪽으로 돌리기 위해 위성 감시 대상인 풍계리 핵실험장의 특이동향을 노출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