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룡해, 석 달 만에 공개활동..."복권 확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013년 7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에게 말하고 있다. (자료사진)

갑자기 자취를 감추면서 한때 숙청설까지 나돌았던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석 달 만에 다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례적으로 빠른 복권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4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창립70돌 경축행사’ 소식을 전하며 최룡해가 이 행사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15일 보도했습니다. 최룡해의 직함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로 호칭했습니다.

연설 내용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찬양하고 수소탄 실험이 대성공을 거둬 자랑스럽다는 요지였습니다.

최 비서가 다시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석 달 만입니다.

최 비서는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2인자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전국 도 대항 군중체육대회에 참석하고 `노동신문'에 글을 기고한 뒤 11월 8일 발표된 리을설 인민군 원수의 국가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지면서 신변이상설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당 근로단체 부문을 맡던 최 비서가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토사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11월 초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최 비서는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양건 당 비서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리면서 복권됐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어진 김 비서 장례식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새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에 잇따라 불참해 신변을 둘러싸고 의문을 낳았습니다.

그러던 최 비서가 이번에 다시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면서 사실상 복권이 이뤄졌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는 복권 여부에 대해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혁명화 교육은 따로 정해진 기간이 없다고 말해 최 비서의 복귀를 유력하게 보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혁명화라는 게 기간이 우리 법률 규정처럼 몇 년, 몇 달 이렇게 정해진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필요에 따라서 몇 달 또는 1년, 2년 이렇게 기간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북측 자체 내에 필요성이 충족됐다고 보여집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도 최 비서의 청년동맹 행사 참여는 당 근로단체 담당 비서직으로 돌아왔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 비서가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면 석 달 만의 복권은 전례에 비춰 매우 빠른 재기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유일지배체제 구축에 최 비서의 도움이 여전히 필요한 현실을 감안해 최 비서에 대해 힘빼기 수준의 가벼운 처벌에 그쳤으리라는 관측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최룡해가 청년동맹에서 주로 일을 해왔고 김정은을 떠받치는 통치엘리트들의 상당수는 최룡해의 영향력과 또 최룡해가 키운 인물일 수 있어요. 위협요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최룡해가 관리해주고 도와줘야 하는 그런 인물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죠.”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중국 공산당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최 비서가 북-중 관계를 관리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이에 대해 2013년 3차 핵실험 뒤 최 비서가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비핵화 입장을 밝힌 전례가 있지만 지금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반대 입장이 완고하기 때문에 당분간 눈에 띄는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