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자취를 감추면서 한때 숙청설까지 나돌았던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석 달 만에 다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례적으로 빠른 복권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4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창립70돌 경축행사’ 소식을 전하며 최룡해가 이 행사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15일 보도했습니다. 최룡해의 직함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로 호칭했습니다.
연설 내용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찬양하고 수소탄 실험이 대성공을 거둬 자랑스럽다는 요지였습니다.
최 비서가 다시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석 달 만입니다.
최 비서는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2인자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전국 도 대항 군중체육대회에 참석하고 `노동신문'에 글을 기고한 뒤 11월 8일 발표된 리을설 인민군 원수의 국가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지면서 신변이상설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당 근로단체 부문을 맡던 최 비서가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토사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11월 초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최 비서는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양건 당 비서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리면서 복권됐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어진 김 비서 장례식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새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에 잇따라 불참해 신변을 둘러싸고 의문을 낳았습니다.
그러던 최 비서가 이번에 다시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면서 사실상 복권이 이뤄졌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는 복권 여부에 대해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혁명화 교육은 따로 정해진 기간이 없다고 말해 최 비서의 복귀를 유력하게 보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혁명화라는 게 기간이 우리 법률 규정처럼 몇 년, 몇 달 이렇게 정해진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필요에 따라서 몇 달 또는 1년, 2년 이렇게 기간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북측 자체 내에 필요성이 충족됐다고 보여집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도 최 비서의 청년동맹 행사 참여는 당 근로단체 담당 비서직으로 돌아왔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 비서가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면 석 달 만의 복권은 전례에 비춰 매우 빠른 재기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유일지배체제 구축에 최 비서의 도움이 여전히 필요한 현실을 감안해 최 비서에 대해 힘빼기 수준의 가벼운 처벌에 그쳤으리라는 관측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최룡해가 청년동맹에서 주로 일을 해왔고 김정은을 떠받치는 통치엘리트들의 상당수는 최룡해의 영향력과 또 최룡해가 키운 인물일 수 있어요. 위협요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최룡해가 관리해주고 도와줘야 하는 그런 인물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죠.”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중국 공산당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최 비서가 북-중 관계를 관리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이에 대해 2013년 3차 핵실험 뒤 최 비서가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비핵화 입장을 밝힌 전례가 있지만 지금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반대 입장이 완고하기 때문에 당분간 눈에 띄는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