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 이상설이 돌고 있는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모습이 북한 관영 TV의 기록영상에 여전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 비서의 거취를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9일 오후 방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현지 지도 기록영상에서 김 제1위원장을 수행하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모습을 내보냈습니다.
이 영상은 지난 4일 처음 방송됐고 8일에도 방송을 탔습니다.
최 비서는 지난 7일 사망한 리을설 북한 인민군 원수의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이름이 빠진 데 이어 9일 김 제1위원장의 리을설 빈소 조문 관련 보도에도 수행자로 거명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숙청이나 철직 또는 사망 등 갖가지 신변 이상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북한 매체에서 최 비서의 모습을 여전히 내보내고 있어 그의 거취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록영상이긴 하지만 최 비서의 모습이 관영매체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 비서가 건재하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기록영상 등장만으로 최 비서의 신상 문제를 예단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북한이 지난 4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했을 때도 한동안 관영매체의 기록영상에서 그의 모습을 삭제하지 않은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전현준 원장입니다.
[녹취: 전현준 박사 /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최룡해가 계속 TV 영상에 나오는 것은 현영철의 예로 봤을 때 숙청을 당했다손 치더라도 당장 지우지 않는 그런 김정은식 방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것이 국내적이든 중국을 의식해서든 그런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전선동부의 술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도 최 비서의 신상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당 비서가 빠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앞으로 북한의 공식 행사에서 최 비서의 등장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최 비서가 항일 빨치산 후손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빨치산 그룹은 북한 정권 정통성의 한 축이 되는 세력이기 때문에 만일 최 비서가 어떤 이유로든 숙청을 당했다면 권력층 내부에 큰 동요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는 같은 빨치산 2세인 오일정 당 중앙위원회 군사부장과 김정일 시대부터 승승장구해 온 리재일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이름이 함께 빠진 점을 주목해 빨치산 후손 그룹에 대한 김 제1위원장의 본격적인 길들이기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김 박사는 빨치산 후손들은 북한 정권에 자신들의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룹이라며, 이들은 오래 전부터 김 제1위원장의 권력 승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김정은이) 빨치산 후예들을 지금까지는 자기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남겨 놓았지만 지금 4년차 들어오면서 빨치산 후예들의 움직임이 김정은 자신과 김 씨 왕조에 위험이 된다고 생각하고 아마 제거한 차원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김 박사는 그러나 빨치산 그룹은 북한의 세습정권을 떠받치는 핵심 중추세력이기 때문에 지배층 균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최 비서 등을 숙청까지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철직 수준의 징계가 내려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