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일본인 납치는 일본판 9.11"

북한에 납치됐다가 지난 2002년 풀려난 일본인 오쿠도 유키코 씨(오른쪽) 가 24년만에 어머니와 만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료사진)

일본인들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국제 테러조직의 미국에 대한 `9/11 테러 공격’에 비유하고 있다고 미국의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에서 3일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최근 ‘초대소: 북한 납치 프로젝트의 진실’ 이란 제목의 책을 펴낸 미국 뉴욕대학교 부설 ‘아서 카터 언론연구소’의 로버트 보인튼 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일본인 납치 사건을 재조명했습니다.

[녹취: 보인튼 소장] “Peoples began disappearing... ”

보인트 소장은 북한이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를 거치며 많은 일본인들을 납치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처음에는 납치된 일본인들에게 공작원 교육을 했지만, 이 같은 계획이 실패하자 나중에는 북한 공작원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을 시켰다고 보인트 소장은 말했습니다.

보인트 소장에 따르면 납치된 일본인들은 평양 인근의 초대소에서 일반 주민들과 격리된 채 생활했습니다.

이들 중 5명은 북한과 일본의 합의에 따라 지난 2002년 일본에 귀국했습니다.

보인트 소장은 당시 일본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보인튼 소장] “My Japanese friends told me that abductions were Japan’s 9.11…….”

자신의 일본인 지인들은 납치 문제를 미국이 9.11 테러 공격으로 인해 받은 충격에 빗대 `일본판 9.11’ 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보인트 소장은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번영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믿었던 일본인들은 자국민을 북한의 납치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 이후 기회 있을 때 마다 북한에 납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보인트 소장은 북한과 외교관계가 없고, 일방적으로 행동을 취할 군대도 없는 일본으로서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보인트 소장은 내다봤습니다.

[녹취: 보인튼 소장]”After the loss of faith……”

지난 2002년 북-일 간 합의가 결렬되면서 두 나라가 서로 신뢰를 상실한 상황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보인트 소장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북한사회가 너무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로 납북된 일본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캐서린 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북한이 국제적인 책임 문제 때문에 납치 문제 해결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캐서린 문 한국석좌] “By national laws and international laws……”

납치는 모든 나라와 국제사회 법률에서 명백한 범죄라는 겁니다.

문 석좌는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들과 그 자녀들을 정치적 인질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