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한 가운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핵 공격 능력을 향상시키는 시험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 발언에 대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 폭발과 핵 공격 능력 향상 시험을 계속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11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탄도 로켓 발사 훈련을 참관하며 새로 만든 핵탄두의 폭발 시험과 핵 공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필요한 시험들을 계속하고 핵탄 다종화를 추진해 지상과 공중, 해상, 수중 어느 공간에서도 핵 공격을 가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이 참관한 훈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난 10일 감행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는 김 제1위원장의 연이은 핵 위협 발언에 대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한마디로 세상물정 모르는 경거망동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국제사회가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이 왜 필요한가를 입증하는 사례라고 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 제1위원장이 핵탄두를 언제든 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한 발언을, 이어 9일엔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는 발언을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함께 이번 탄도 로켓 발사훈련은 해외 침략무력이 투입되는 적 지역의 항구들에 타격을 가상해 목표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미사일 탄두 부분인 핵전투부를 폭발시키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김 제1위원장의 이 발사 훈련 참관 소식을 전하면서 ‘전략군 화력타격계획’이란 제목의 지도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 지도에는 황해북도 황주군 지역부터 동해상으로 2줄의 탄도미사일 비행궤적이 그려져 있고 발사지점과 탄착지점으로 보이는 곳에는 여러 개의 숫자가 표기돼 있지만 알아볼 수 없게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김 제1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북한 핵 능력에 대한 의혹을 반박함으로써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핵무기 소형화, 경량화에 이어서 국제사회가 다소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는 미사일 탑재 기술까지 확보함으로써 무기로서 기능하는 핵무기를 보유했음을 과시하는 이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제1위원장은 이와 함께 핵탄두 취급 질서를 엄격히 세우고 전략적 핵 무력에 대한 유일적 영군체계와 관리체계를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핵 무력에 대한 유일적 영군체계라는 표현은 이번에 처음 사용된 것이라며 북한 최고 지도자와 핵무기가 일체임을 강조함으로써 이른바 체제 붕괴를 기도하는 외부 세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또 비핵화 우선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이나 한국 등 6자회담 관련국들의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입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 국립외교원]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제 병행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북한으로선 만약 이런 협상이 진행되면 강한 북한의 입장을 선제적으로 밝히고 유리한 고지를 점한 다음에 협상에 임하겠다는 전략적 고려가 있는 것 같고요.”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김 제1위원장이 핵에 대한 확고한 장악력을 과시함으로써 내부 권력을 더 공고하게 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군부가 제1의 잠재적 도전세력인데 가장 강력한 수단인 핵을 김정은이 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5년 차에 접어들어 공고한 권력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대내적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또 김 제1위원장이 핵탄두 취급 규범과 관리체계 확립을 강조한 대목에 대해선 핵에 대한 통제가 허술할 수 있다는 외부 세계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