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당 대회 이후 민생경제 집중…군 시찰 보도 사라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룡악산비누공장 건설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7차 당 대회 이후 민생경제 분야 활동에 집중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군부 중심의 통치체제에서 경제와 인민 중심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들과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달 7차 당 대회 폐막 이후 한 달 간 모두 14차례 외부 공개 행사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13일 보도된 기계설비 전시장을 시작으로 양묘장과 기계공장, 제염소, 류경김치공장까지 대부분 민생경제 분야와 관련된 기관들을 방문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각 기관을 방문해 자강력 제일주의, 인민생활 향상, 사회주의 강국 건설 등을 강조하며 주민들에게 경제 분야 발전을 독려했습니다.

특히 최근 평양시 교외에 새로 건설된 류경김치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모든 생산공정의 기계화, 자동화를 성공적으로 실현했다며 앞으로 각 도에 현대적인 김치공장을 건설할 것을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분야가 아닌 경우에도 자연박물관이나 안과종합병원 건설 현장, 보건산소공장 등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직결된 곳을 찾았습니다.

민생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정으로는 북-중 남자농구팀 친선경기 관람이나 조선소년단 창립 70돌 공연관람 등 정권 유지에 중요한 경우에 한정됐습니다.

반면 당 대회 이전 잦았던 군 부대 훈련 시찰 보도는 자취를 감췄다는 분석입니다.

당 대회 직전인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대출력발동기 지상분출시험’과 ‘전략잠수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지도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이와 관련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7차 당 대회를 계기로 당과 경제, 인민 중심의 체제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7차 당 대회까지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로드맵에 따른 것이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당 대회 이후 북한체제를 군 중심 체제에서 당과 경제, 인민으로의 통치체제로 바꾸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대해진 군부의 역할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모든 자원의 배분이 모두 군에 집중돼 있었고 비정상적으로 위기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선군정치를 가지고 이끌어 나갔고 7차 당 대회를 기준으로 비정상을 정상화 시키는 거죠. 조직 측면에서도 선군정치를 누르고 당 중심의, 내각을 중심으로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당을 정상화 시키면서 선군을 선민으로 돌렸다고 봐야 되겠죠.”

김 교수는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7차 당 대회 이전에 군사 부문에 치중했던 것은 경제 집중이라는 국면 전환을 하기 전에 안보를 틀어쥐기 위한 것이었다고 풀이했습니다.

최근 ‘VOA’와 접촉한 북한의 고위 당 간부 출신 탈북자 A 씨는 북한에서 노동당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나 1순위라며 과거 북한 정권이 선군을 강조했던 것도 당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북한이 ‘군이 있기에 당이 있다’는 식의 선전을 했던 것도 군부를 아우르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었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7차 당 대회 이후 고위 간부들의 김정은 위원장 수행 횟수에서는 조용원 당 부부장이 10회로 가장 많았으며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7회, 오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이 각각 6회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