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대한 공개처형을 크게 늘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례 없이 강력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부 정보 유입에 따른 주민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김정은 식 공포정치’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소식통은 올 들어 8월 현재 북한 당국이 주민 60여 명을 공개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연평균 처형자 30여 명의 2 배 수준이라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처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처형이 늘어난 배경에 대해 국제사회의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로 이에 따른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무리하게 노력동원 전투에 주민들을 내몬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은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가 연이어 강행되면서 무리한 상납금 강요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공개처형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 세계북한연구센터] “과거 200일 전투는 공장기업소에서 그야말로 밤을 밝혀가며 일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북한 국영기업이 30%도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 장사나 노력으로 번 돈을 갈취하는 형식으로 전투가 벌어지다 보니까 이것이 체제 저항이나 봉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공포정치 칼 끝이 아래를 겨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특히 탈북자들을 체제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북한에 남아 있는 탈북자 가족과 탈북 브로커들에 대해서도 수시로 공개처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2월 초 보위성이 탈북자 가족과 송금브로커 수 십 명을 체포해 간첩 혐의로 처형했고 4월엔 양강도 혜산에서 돈을 받고 주민들의 탈북을 지원해준 브로커 10여 명을 체포해 총살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내 대북 민간방송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지난달 말 중국으로 탈출하려다 붙잡힌 북한 주민이 국경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북한 측 국경경비대원에게 돈을 준 사실을 실토하는 바람에 북한 당국이 이미 전역한 이 국경경비대원의 집까지 찾아가 붙잡은 뒤 공개총살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 대해선 처벌을 하지 않는 게 북한 당국의 관행이었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이었다며 그만큼 탈북 행위에 대한 북한 당국의 위기감이 반영된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3월 보위기관에 주민들에게 자유시간을 주면 돈벌이 생각이나 사회 불평만 늘고 종파음모도 커지기 때문에 통제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200일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인 5월 말에도 보위기관에 200일 전투는 사상전이므로 사상전에서 누락된 주민들은 이 땅에서 살 자격이 없다며 ‘3·12 상무’가 전국적 범위에서 활동을 재개해 무직자들을 모두 잡아들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3·12 상무’는 통행증 없이 무단으로 주민등록 상 거주지를 이탈해 활동하는 이른바 ‘유동인원’을 단속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 2014년 3월12일 결성된 조직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6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인 ‘200일 전투’를 강행하면서 주거지 이탈 주민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대북 제재로 외부 지원이 크게 줄고 내부 재원도 고갈되면서 노동력 말고는 가용수단이 없어지자 이런 직장이나 거주지 이탈자를 강제노동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고위층에 국한해 펼쳤던 공포정치를 주민계층에까지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대북 제재와 외부 정보의 침투에 따른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 자유북한방송] “대북 제재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알고 있고 지금 중국이 조금 흔들리고 있지만 중국도 가세했다는 사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충격이었고 최근엔 김정은을 인권 제재 하고 있잖아요. 이것까지 북한 주민들이 알아가고 있다고 봤을 때 간부고 백성이고 관련 이야기를 하거나 유포시키는 사람들은 처형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죠.”
김 대표는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를 위해 앞으로도 공포정치를 더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