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에 나설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판사판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오늘(9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한국 망명 이후 북한 전문가로서의 첫 행보에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새 미국 행정부가 대북 선제타격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에 나설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판사판식’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동북아 안보정세 전망과 대한민국의 선택’이라는 주제의 국제 학술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도 모든 독재자들의 말로가 용서받지 못하고 살아남지 못했음을 봤다며 김 위원장이 마지막 발악을 할 것이고 따라서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입니다.
[녹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북한 정권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김정은은 다 알고 있습니다. 결국 김정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만일 이런 상황(선제타격)이 조성이 되면 너 죽고 나 죽고,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이런 생각입니다.”
태 전 공사는 또 지난 1994년 미국과 북한이 체결한 제네바 합의를 북한의 ‘대사기극’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당시 북한 외무성 내에서 제네바 합의가 이행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며 외무성 내에선 제네바 합의를 김정일과 클린턴의 사기 합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당시 김정일에게 김일성이 사망하고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공격하지 못하게 시간을 벌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의 셈법은 북한이 며칠 못 가고 무너질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해서 스스로 붕괴하게 만드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결국 시간을 둘러싼 양측의 의도가 맞아 떨어져 대사기극이 연출됐다고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 내에서는 제네바 합의가 나온 다음 엄청난 내부 파장이 있었다며 전기공업성 등에서 제네바 합의를 원점부터 바로 잡을 것을 주장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당시 제네바 합의대로 미국과 한국이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 줘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북한 전력망으로는 배전할 수 없었다는 점을 꼽으면서 내각 사람들이 매국노 협상이라고 들고 일어났지만 외무성에선 어차피 이행되지도 않을 것을 알았다는 겁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만일 ‘핵 동결’로 가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핵 동결’ 이후 마지막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은 물론 한국과 미국에서도 내부 요인으로 합의점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선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대가를 많이 받아내고 핵무기를 내놓자는 식의 제안은 불가능하다며 그런 제안을 하는 즉시 지금까지 핵을 개발해 온 선대 지도자들의 핵 업적을 말살하려는 시도로 몰려 생명을 잃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모든 정책적 발기와 정책 이행의 기준은 김씨 일가의 장기집권에 유리하냐 유리하지 않냐, 이게 잣대입니다. 여기에 유리하면 하는 것이고 여기에 조금이라도 위협을 조성하고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하지 않습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한국에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10조 달러를 내겠다면서 모든 핵 물질을 내놓으라고 하고 미사일을 파기하기로 합의했다고 치더라도 100% 강제 사찰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합의를 결재할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이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한국에 입국해 정착하면서 지난해 12월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자문위원으로 대외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태 전 공사가 그동안 외부 강연과 언론 인터뷰에 나선 적은 있지만, 학술대회 토론자로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