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 “김정남 암살 관련 북한 주장은 궤변”

말레이시아 경찰청이 김정남 피살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한 지난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정준희 한국 통일부 대변인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을 한국 측이 꾸민 짓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궤변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억지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이미지만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김정남 암살 사건을 말레이시아와 한국 정부가 결탁해 조작하고 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기자설명회에서 강철 말레이시아주재 북한대사가 언급한 내용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억지 주장이자 궤변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강철 말레이시아주재 북한대사(오른쪽)가 20일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남 피살 사건의 북한 배후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강철 대사는 지난 20일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와 결탁했다며, 북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한 것은 한국 정부의 조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강 대사는 이와 함께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HAD)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로 한국 정부가 정치적 혼란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런 소문을 퍼뜨리면 한국 정부가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과거 1.21 사태나 대한항공 KAL기 폭파 사건, 미얀마 ‘아웅산 사태’ 등 모든 테러 행위에 대해 시인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한국에 책임을 덮어씌우려고 시도했다며, 이번에도 그런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설사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소행으로 결론을 내더라도 북한은 끝내 시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인을 하면 국제사회에서 테러국가로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북한이 이처럼 극렬하게 반발할수록 이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일으켜 북한에 오히려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의 발표 내용이 북한 소행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이 오히려 국제사회의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미국 내에서 테러지원국으로 북한을 재지정하는 데 있어서 미국 여론을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요. 특히 미국은 테러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이 어떻게든 이 사건 추이를 지켜보면서 국내 여론과 결부되면 이 문제가 나올 수 있어요. 미국 여론이나 의회 등에서. 그래서 북한에게 전략적으로 상당히 손실이 되는 거죠.”

이와 함께 강철 대사의 발언이 말레이시아 국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과거 ‘아웅산 사태’로 미얀마가 북한과 국교를 단절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인 전현준 박사입니다.

[녹취: 전현준 박사 /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물론 이 사건 자체를 일으킨 것도 단교의 명분이 되지만 그 이후 북한이 취한 태도가 말레이시아 국가적 권위를 부정하는 그렇게까지 말레이시아의 국권을 훼손시키고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는 일정 부분 북한 소행임이 드러나면 단교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1983년 미얀마에서 전두환 당시 한국 대통령을 노린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미얀마 당국은 북한 소행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곧바로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당국과 정보 공유를 하고 있지만 수사 주체가 아닌데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한국 정부가 수사 진행 상황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