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 씨 피살 사건이 발생한 뒤 어제(8일) 처음 인터넷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 씨의 아들 김한솔의 행방이 묘연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김한솔이 아버지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김정남의 암살 배경에 이복동생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8일 한국주재 일본 특파원들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일본 매체들이 9일 전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그 배경에 지도자로서 정통성을 확립하고 싶어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교적 영향이 강한 북한사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이복형인 김정남은 장기집권 구축에 가장 큰 장애물이었고 김정남이 해외 언론의 취재에 응해 북한 내에서도 존재가 알려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김 위원장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특히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도 김 위원장의 희생양, 제거 대상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김한솔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라며 어느 정도 생존이 가능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앞서 김한솔은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지 24일 만인 8일 ‘KHS 비디오(Video)’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유튜브를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내 자신을 김일성 가문의 일원이고 아버지가 며칠 전에 피살됐다고 밝혔습니다.
김한솔은 ‘천리마 민방위’라는 이름의 단체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피신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김한솔 가족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확인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김한솔이 나온 동영상을 게시한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의 실체나 김한솔의 소재지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한솔이 한국행을 원한다면 한국 정부는 이를 환영하느냐는 질문엔 ‘예단해서 말할 수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김한솔이 유럽에 은신해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선 유럽이 아무래도 동남아나 중국보다는 보안 면에서 더 나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정남도 지난 2012년 유럽 국가로 망명을 타진한 적이 있었다며 김한솔도 유럽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과거 김한솔이 프랑스와 보스니아에 유학을 했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을 유럽에서 보냈기 때문에 다른 어디보다 유럽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과 북한과의 관계가 한국이나 미국, 일본의 북한과의 관계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기 때문에 김한솔과 그의 가족이 유럽을 선호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정 박사는 ‘천리마 민방위’가 자체 홈페이지에서 김한솔 가족의 피신에 도움을 준 한국주재 네덜란드대사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고 밝힌 점에 비춰 김한솔 가족이 네덜란드로 향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