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은 다음달 말로 예정된 정상회담에 앞서 각자 `돌출 발언’을 삼가야 한다고 한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이 말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이 한국 내 반미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미국과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 전까지 긴밀한 교류와 조율을 통해 돌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 한국 대선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 비용의 한국 부담을 언급해 한국인들의 반발을 야기한 것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입니다.
[녹취: 천영우 전 수석]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한-미 방위조약이 어떻게 돼 있는지, 사드 비용분담의 원칙이 어떻게 돼 있는지 이런 것을 밑에서 아무도 조언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마음대로 나오는 거죠. 이런 얘기는 해봐야 나중에 돈도 못 받아내고 반미정서만 더 격화시킨다고 누군가가 조언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막말을 한다고 해도.”
천 전 수석은 미 국무부와 국방부에 담당 차관보가 없는 상황에서 과장급들이 대행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정상회담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돌출 발언을 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발언이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것처럼 비처졌다며, 정상회담 전까지 미 정부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종석 전 장관] “한국을 미국이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건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많은 한국 국민들에게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는 거죠. 양국이 정상회담을 하기 전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북 핵 문제나 여러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새로운 조치를 취하면 안 된다. 한국 정부와 의논해서 한다는 자세, 협의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게 지켜지지 않으면 두 대통령 사이가 아니라 한국 국민들의 잘못하면 굉장히 강한 거부정서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을 꼭 나름대로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미국에서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이 걸릴 정도로 영향이 크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의 정서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명환 전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내정치 등에 전혀 고려 없이 즉흥적으로 ‘트위터’를 하는 게 사실 미국에서는 별 게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워싱턴에서 기침 한 번 하면 여기서는 감기가 걸리고 독감 걸려 끙끙 앓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 너무 워싱턴이 주의를 안 기울이는 것 같아요. 너무 즉흥적이다 보니까 아시아 동맹국들이 상당히 당황합니다. 그런 것을 미국이 (정상회담 전까지) 신경을 써야 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두 나라가 첫 정상회담에 너무 기대치를 높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한 전 차관] “기대 수준을 너무 높이 책정해서 상대방이 실망하거나 그 것을 알게 된 국민이 실망하거나 하면 한-미 동맹에 상당한 손상을 줄 수밖에 없고. 한-미 동맹을 받들어 모시자는 얘기가 아니라 이 동맹에 데미지가 가게 되면 북 핵 문제 해결이 더 힘들어지고 중국을 상대하기가 더욱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걱정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전직 관리들은 사드 배치와 연계된 방위비 분담 협상과 북한의 도발 등이 정상회담의 주요 화두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성한 전 차관은 특히 방위비 분담 협상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성한 전 차관] “우리는 물가상승률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감안해서 (방위비 분담을) 최소한도로 올리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대통령이 사드 비용 부담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 것을 방위비 분담 문제로 환치시켜서 우리에게 대폭적인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이 방위비 분담 협상이 예상보다 터프해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 이렇게 봅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라종일 전 영국대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 철회 문제를 꺼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라종일 전 보좌관] “사드 문제는 근본 문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즉 안보 위협이니까 이 문제 진행하는 것을 따라서 추진해야죠. 그 것을 당장 그런 식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겁니다. 당장 다시 협상하자든지 그런 식으로는 못할 겁니다.”
라 전 대사는 또 북한 정권이 정상회담 전에 다시 전략적 도발을 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와 명분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