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억류 선박, 임의로 이름과 선적 변경...한국선급 “뒤늦게 확인해 탈급시켜”

'한국 선급' 로고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토고’ 선적 선박이 임의로 이름과 선적을 바꿨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억류될 당시까지 사실상 ‘한국 선급’에 소속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정부가 올해 1월 북한산 석탄 운반에 관여한 혐의로 억류해 조사 중인 ‘탤런트 에이스’ 호는 한 때 ‘한국 선급’ 소속이었던 ‘신성하이’ 호와 같은 선박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선급’은 19일 ‘VOA’에 보내온 확인 자료에서 문제의 선박은 당초 ‘동친 상하이’라는 선명으로 운항했으며, 선주사는 한국의 ‘동친해운’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선박은 중국 다이롄 소재 중국선사에 2017년 7월 매선돼 ‘신성하이’라는 변경된 이름과 벨리즈 선적으로 다시 운항을 시작했는데, 이 때도 ‘한국 선급’으로부터 임시검사를 받아 계속해서 ‘한국 선급’ 소속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선급’은 올해 1월20일 군산항에 입항한 ‘탤런트 에이스’라는 선박이 ‘한국 선급’ 소속의 ‘신성하이’ 호와 같은 엔진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동일 선박이라는 점을 발견합니다.

‘신성하이’가 ‘한국 선급’에 통보하지 않은 채 선박의 이름과 선박고유식별번호(IMO)를 변경하고, ‘토고’ 깃발을 바꿔 달았다는 사실을 알아낸 겁니다. 이 때는 ‘탤런트 에이스’ 호가 한국 정부에 억류 조치를 당한 시점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한국 선급’은 ‘신성하이’ 호의 선명과 IMO 변경 사실을 선적국인 벨리즈에 통보했고, 틀급 심의를 상정해 올해 1월29일자로 ‘한국 선급’에서 탈급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종합해 보면 ‘탤런트 에이스’ 호는 사실상 ‘한국 선급’ 소속인 ‘신성하이’ 호와 동일한 선박이었지만, 불법으로 이름과 선적 등 주요 정보를 변경하며 이를 감춰온 겁니다.

‘한국 선급’은 ‘신성하이’가 지난해 11월 메인 엔진 수리와 관련된 임시검사를 받은 뒤 이후 더 이상의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름과 IMO 등에 대한 변경 작업이 지난해 11월과 억류 시점인 올해 1월 사이 이뤄졌음을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앞서 ‘VOA’는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자료를 통해 ‘탤런트 에이스’ 호가 홍콩에 주소지를 둔 ‘우헹 쉬핑’이라는 중국 회사 소유로, ‘한국 선급’에 등록된 선박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억류한 ‘탤런트 에이스’ 호의 안전검사 기록을 담은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자료.

당시 북한산 석탄 운반에 관여한 선박이 ‘한국 선급’에 등록돼 있다는 게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지만, ‘한국 선급’의 해명으로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됐습니다.

다만 불법을 저지른 선박이 임의대로 선박의 주요 정보를 변경했지만 이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 건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선박 업계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박들은 각 나라 혹은 지역이 만든 선급협회에 가입해야 합니다.

선급협회는 선박의 등급을 정하고,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역할을 하는데, 선박들은 이를 토대로 해상보험에 가입하고, 화주로부터 신용을 얻습니다.

통상 한국 선박들은 ‘한국 선급’에 등록돼 운항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도 ‘조선선급협회’에 자국 선박들을 가입시키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