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북한산 석탄 유입 논란…한국 독자제재 작동 안 해

‘신성하이’ 호(녹색으로 표시된 선박)가 지난해 10월13일 인천 북항의 한 부두에 정박한 모습. 자료=마린트래픽(MarineTraffic)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유입되고, 이를 실어 나른 배들이 여러 차례 한국에 입항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연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을 기항한 선박이 한국 항구를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함지하 기자와 함께 더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을 2차례 기항했던 ‘신성하이’ 호가 한국 항구를 3차례 드나들었다.’ 이게 지난주에 전해드린 소식인데요. 이게 유엔 제재 위반은 아니잖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독자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한국 정부는 독자제재 차원에서 북한에 기항한 선박이 1년 이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독자제재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7월과 8월 북한 남포 항에서 석탄을 싣고 이를 제 3국으로 운송했던 ‘신성하이’ 호가 불과 1~2개월 사이 한국 포항과 부산, 인천 항에 입항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가 몰랐던 걸까요?

기자) 그것까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성하이’ 호가 북한에 기항했다는 사실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확인됐는데요. 당시 ‘신성하이’ 호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상태로 남포 항으로 들어갔다고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AIS를 끄고 북한에 들어갔다 나왔기 때문에 몰랐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게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신성하이’ 호가 북한에 들어간 사실을 AIS가 아닌 위성자료를 통해 확인한 사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 역시 정보 당국 차원에서 북한에 기항한 모든 선박을 추적, 감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요.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신성하이’가 어떻게 3번씩이나 입항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증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특히 ‘신성하이’는 올해 1월 한국 정부에 억류됐는데요. 억류 사유가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 위반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신성하이’ 호가 북한산 석탄 운반에 관여했고, 선박의 고유식별번호(IMO)를 세탁했다는 안보리의 지적 때문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신성하이’ 호가 ‘한국선급’ 소속이라는 점도 논란이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통상 선박은 각 나라 혹은 지역이 만든 선급협회에 가입하는데요. 확인 결과 ‘신성하이’ 호가 ‘한국 선급’ 소속이었습니다. ‘신성하이’ 호는 억류시점인 올해 1월 ‘탤런트 에이스’라는 선명과 다른 선박고유식별번호(IMO)를 이용했었습니다. 선박을 “세탁”한 건데요. 이 때문에 ‘한국 선급’은 ‘탤런트 에이스’ 호가 ‘다른 선급에 소속된 배’라고 해명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과 8월 북한산 석탄을 실어 나른 선박은 ‘신성하이’호였고요. 또 이후 10월에 한국에 입항했던 선박도 ‘한국 선급’ 소속의 ‘신성하이’ 호였던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진행자) 전체적으로 이번 논란이 왜 이렇게 커진 거죠?

기자) 저희가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유입됐다는 보도를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관련 사실은 이미 알려졌던 내용입니다.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올해 3월 발행한 보고서에 석탄이 한국 포항과 인천에 유입됐다는 문구가 이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보리가 최근 추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 포항과 인천에 유입된 석탄에 대해 ‘음영’ 처리를 해서 다시 발표를 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서 음영 처리는 ‘환적’을 의미하는데, 이 때문에 북한산 석탄이 한국 항구에서 환적된 것으로 최초 보도가 나갔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한국 외교부 당국자가 ‘환적된 석탄’이 한국에 하역된 것이라며 정정을 요구하면서 한국이 최종 목적지였다는 사실이 확인됐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나 환적보단 최종 목적지였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기자) 그래서 더 논란이 커진 것 같습니다. 북한산 석탄이 한국을 거쳐간 게 아니라, 실제 한국에 유입이 됐고, 유통까지 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겁니다. 특히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거쳤고, 이후 이 석탄을 운반한 석탄들이 한국에 최소 20여 차례 더 왔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냐는 논란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가 당시 북한산 석탄에 대해서, 또 이 선박들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요?

기자) 북한산 석탄인지 몰랐다는 겁니다. 러시아에서 실린 석탄으로 통관이 됐기 때문에 알 방법이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이런 이유 때문에 문제의 석탄을 수입한 업자들을 수 개월간 조사를 했지만 명확한 혐의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그러나 ‘VOA’는 석탄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북한산 석탄이 질이 낮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물론 질이 낮은 석탄을 고 칼로리, 즉 좋은 석탄과 섞을 경우 이를 구분해 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 석탄도 그랬을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요. 아울러 한국 외교부는 선박들 역시 의도적으로 불법 행위에 가담했는지 여부가 불투명해 억류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한국 정부가 2개의 사업체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유입된 지 10개월이 다 된 시점에서야 2개의 사업체를 조사 중이고,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한국 내에선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본격적인 처벌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어떤 점을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까요?

기자) 당장 북한산 석탄을 실어 나른 ‘스카이 엔젤’과 ‘리치 글로리’ 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 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선박들은 불과 약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한국 정부는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억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서 어떤 유통경로를 거쳤고, 최종 구매자가 누구인지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 석탄이 단순히 2번만 유입이 된 것인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안보리가 확인한 게 2번일뿐, 비슷한 행위가 더 많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함께 북한산 석탄의 한국 유입 문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