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 전문가들은 ‘평양공동선언’이 명시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들이 국제사회 제재 위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남북 협력사업을 시작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남북 정상이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이 ‘제재 정신’을 훼손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step forward from the question that spirit of all of this, the US is trying to keep the pressure on...”
뱁슨 전 고문은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하려고 하는 모든 경제 협력 사업들은 압박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이는 제재 정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금강산 관광을 예로 들면서, 문구 만으론 ‘북한 관광’이 제재 위반이 아닐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볼 땐 미국이 달가워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re’s a letter of sanctions and then there’s spirit of the sanctions...”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경제적 압박’이 미국이 유지하고 있는 협상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and the US has relieved that pressure, but...”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압박은 ‘군사’와 ‘경제’로 나눠지는데 이중 ‘군사 부문’은 연합훈련 등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완화됐다는 겁니다.
그러나 브라운 교수는 ‘경제적 압박’은 줄어들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며, 한국이 이 압박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are assuming the sanctions are going to be lifted...”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제재가 해제될 것으로 내다봤을 지 모르지만, 이는 잘못된 예측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한국이 미국의 ‘최대 압박’ 기조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인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If South Korea gets away from the...”
한국이 제재 이행에서 멀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어떻게 러시아와 중국,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에게 제재를 지키라고 말을 하겠느냐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 약화는 북한의 무장해제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이는 곧 한국 정부가 북한의 병진정책을 옹호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남북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올해 안으로 동해와 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하고,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북이 선언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철도사업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당장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Who is going to be the counterpart...”
실무적으로 철도 협력을 할 북한의 기관이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어야 하는 등의 문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 제재 위반이고, 또 허용되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도, 폐쇄 이후 새로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됐다며, 여기에는 위반 사항으로 읽힐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17년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북한의 섬유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사업과도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운 교수도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남북 협력사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Realistically, it’s so far fetched...”
철도 협력사업의 경우 남북이 어떤 대가도 주고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한국은 무상으로 철길을 깔아줘야 하고, 북한도 어떤 금전적 이득을 취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여기에 제재 위반 논란으로 인해 어떤 회사나 금융기관들도 철도 협력사업에 관여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Kaesong and Mt. Kumgang are more difficult...”
안보리 결의가 북한에 현금을 지급하는 걸 금지하고 있고, 북한과의 협력 사업도 끝내도록 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탠거론 국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평양공동선언’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미래지향적’인 내용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스탠거론 국장은 철도 협력에 대한 제재 위반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What they have called for in the statement...”
남북은 철도 연결과 관련해선 착공식만을 명시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남북 사이에 철로를 연결하기 위해선 선로를 새로 깔아야 하는데 이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북제재 결의(2375호)에는 ‘비상업적인 공공 기반시설’에 제재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남북은 철도 협력사업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스탠거론 국장은 남북이 철도 연결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자재를 사용하는지, 어떻게 북한 노동자에게 임금이 지급되는 지 등 여전히 지켜볼 사항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