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잇따른 공개 발언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북 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실무 협상이 다시 본격화 됐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오늘(22일)로 이틀째 협상을 벌였습니다. 협상은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 계속될 예정인데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발표할 `하노이 공동성명’에 담을 문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회담을 앞둔 시기에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공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고요?
기자) 어제만 해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폭스 비즈니스’와 `NBC’ 방송과 인터뷰를 했고, 2명의 고위 당국자가 익명을 전제로 언론에 전화브리핑을 했습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의 목표에 대해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핵화 이후 북한의 `밝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진행자) 고위 당국자들의 공개 발언을 통해 핵심 쟁점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좀더 분명해졌나요?
기자) 폼페오 장관의 언론 인터뷰와 당국자들의 전화브리핑은 비핵화 협상의 전반적인 진행 상황과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추구하는 비핵화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제재 완화에 대한 입장 등은 여전히 확실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이 끝나기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어제 당국자들이 전화브리핑에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을 거론했습니다. 당초 이번 회담의 목표로 예상됐던 내용과는 많이 다른 것 아닌가요?
기자)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공개 강연에서 영변을 포함한 북한 내 모든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를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로 제시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브리핑에 나선 익명의 고위 당국자는 비핵화의 의미에 대한 상호 이해와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로드맵과 관련한 협력을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심을 둘 사안”으로 꼽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미국이 목표를 낮춘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목표를 낮춘 것으로 봐야 하나요?
기자) 아닙니다. 북한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이미 영변 핵 시설 폐기를 약속했습니다. 동창리와 풍계리 시설에 대한 사찰도 공언했는데요, 북한이 제시한 것 보다 낮은 수준의 조치를 미국이 목표로 삼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제 나온 백악관 보도자료도 북한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를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 당국자가 밝힌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은 비건 특별대표가 거론한 `플러스 알파’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의 목표에 동결을 추가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이 동결을 목표로 추가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오랜 기간이 필요한 과정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핵화 협상 중 북한이 핵과 미사일 관련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이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빌미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과 미사일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진행자)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큰 틀의 합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어제 고위 당국자의 발언으로 확인됐지요?
기자) 맞습니다. 비핵화를 위해 “단계적 조치 보다는 매우 빠르고 큰 걸음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 당국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팀에 “갈 수 있는 만큼 멀리 가도록 고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대 수준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목표로 정하고, 이를 위해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도 적극 검토하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