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형전술 유도무기’ 실험 등 군사 행보에 나선 가운데,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 상대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북한이 ‘금지선’은 넘기지 않으면서 대미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면서도, 협상 상대국의 국무장관에 대한 막말은 용납할 수 없는 외교적 결례라고 비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미-북 협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이뤄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군사 행보에 대해 수위를 조절한 대미 압박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He is well aware that the President has signaled out nuclear weapons testing and ballistic missile testing as sort of ‘red line’. It is consistent with what he has been saying, which is that the North will be patient until the end of this year and it will look to other ways of meeting it security needs if it can’t have a deal with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that addresses those needs.”
갈루치 전 특사는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재개가 일종의 금지선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호를 김 위원장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 선을 넘지 않고, 전술무기 실험에 나선 것은 연말까지 인내심을 갖겠다고 말한 김정은의 시정연설 내용과 일맥상통하지만, 이후 미국과 합의하지 못하면 안보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방향을 선택하겠다는 압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공군 부대 비행 훈련을 참관한 데 이어 신형 전술유도 무기의 사격 시험을 직접 지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시험한 무기의 종류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단거리유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미국과 합의하지 못한 김정은이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작은 도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He didn’t want to do something too provocative like testing missile, but testing conventional weapons. This is a way for him to do something that catches attention without crossing any lines.”
미사일 실험 등 심각한 도발에 나서는 대신 재래식 무기를 실험한 것은 선을 넘지 않으면서, 미국의 관심을 불러오는 김정은의 방식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무기의 종류가 아니라 북한의 행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북한은 6자회담을 하면서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지난 25년 동안 북한은 도발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지금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어떤 무기인지가 아니라 실험에 나섰다는 행위 자체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don’t know what type of the missile was, But the act is more important than the actual missile that was launched the fact that probably didn’t violate any UN Sanctions regime. But it was the act of indicating unhappiness defiance.”
아울러 미-북 실무협상을 지휘했던 폼페오 국무장관을 교체하라는 북한의 요구는 커다란 결례로, 양국 간 외교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직 관리들은 지적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이는 무기 실험보다 더 심각한 사안으로 3차 정상회담 등 북한과의 외교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Another party can’t tell the US who to appoint as the chief negotiator, especially if it is the Secretary of State. That’s really insulting. And North Korea is going to have to walk back from that, but having said it, it’s difficult for them to walk back.”
(협상) 상대국은 미국에 수석 협상가로 누구를 지목하라고 말 할 수 없으며, 당사자가 국무장관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며 미국에 대한 상당한 모욕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은 관련 발언을 반드시 취소해야 하는데, 한 번 내뱉은 말을 그렇게 하기 어려운 만큼, 조만간 양국이 외교를 재개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도 북한의 이번 행동을 상당한 외교 결례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at’s not the way they should be behaving. They are talking to the President of the US unprecedented. And they are talking about our Secretary of State say something like that is beyond the pale.”
미국 대통령과 최초로 대화를 나누게 된 북한이 국무장관에 대해 이런 식으로 발언한 것은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입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북한의 ‘전략적 결정’을 보기 원한다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과 맞물려, 미-북 간 간극을 더욱 벌리고 있다는 게 전직 관리들의 시각입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입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Strategic decision means that North Korea wouldn’t have to make an unilateral step to close down Yongbyun and to tell the US where it’s other enrichment facilities are located. And that’s not going to happen. So I am afraid that Bolton’s demand sets up an impossible barrier to any possible negotiated outcome. Right now the gap is going bigger and bigger.”
‘전략적 결정’은 북한의 일방적인 영변 핵시설 폐기와 그 밖의 고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 등을 의미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볼튼 전 보좌관의 요구는 향후 가능한 북한과의 협상에 불가능한 장벽을 친 것으로, 미-북 간 틈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이 할 수 있는 ‘전략적 결정’으로 영변 핵 시설에 대한 검증 가능한 방법의 폐기, 핵 신고서 제출, 해당 시설의 되돌릴 수 없는 폐기 약속을 꼽았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ey need to put that on the record. Then they need to sit down and talk about how you do it. What are the steps? What are the roadmap?”
그러면서 북한은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하며, 미국과 마주 앉아 (비핵화) 약속을 어떤 절차로 밟아 나갈지, 로드맵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