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강력한 대북제재·억지력 유지해야...인도주의 매개로 외교 모색"

북한이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며, 열차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미한 군당국은 북한이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이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가운데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대북정책에 대한 제언을 담은 사설과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강력한 대북 제재와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인도주의 지원을 매개로 외교를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됐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16일 ‘북한의 핵 야욕’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약한 적들을 대하는 데 있어 정형화된 양식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한 말로 포문을 열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못한다는 것으로, 이란, 러시아, 탈레반에 그랬고, 이제는 북한에도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신문은 김정은이 바이든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하기 위해 추가 도발과 과장된 행동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북한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는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을 보면, 북한에 대한 초기 검토도 꼭 정책이 되라는 법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문은 임기가 끝나가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동과는 상관 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 어떤 지원도 ‘김씨 왕조’을 받치고 있는 북한 특권층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양보를 받아낸 뒤에만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제한만을 가하는 것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속임수를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 무기를 포기할 때까지는 북한에게 갈취 당하는 것보다는 제재와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습니다.

“북한발 위기 도래 중”... “외교만이 유일한 해법”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6일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도래하고 있는 북한발 위기를 진정시킬 간단한 선택지가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차 석좌는 ‘미국의 산만함’과 ‘북한의 무관심’으로 북한 문제가 정체기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을 ‘의도적으로 조용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상 외교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를 모두 피한다는 외에 당국자 누구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절박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내부 문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 임기 첫 해에 예상되는 북한의 핵실험과 대규모 미사일 발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차 석좌는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며, 김정은은 핵폭탄 제조를 위한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되고 있고,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도 지속되고 있으며 이번 주 실험을 통해 순항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한 몇 안 되는 국가가 되려는 목표가 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차 석좌는 이 같은 상황에 대개 ‘추가 제재를 가하라’는 답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는 워싱턴에서 좋은 정치의 소재일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전혀 효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일한 답은 외교라고 밝혔습니다.

차 석좌는 북한이 현재 핵이나 장거리탄도미사일 실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가 발생한 뒤에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고, 아니면 그 전에 발휘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현재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모색하고 있는데, 코로나 백신이나 식량을 주는 것이 비핵화를 우회하는 것 같아도 여러 효용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필요를 채워주며 대북 지원 경향이 있는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으며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 석좌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통해 추가적인 외교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다음 핵 위기가 발생하기만을 기다리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