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북한 문제 해결에 과도한 중국 의존은 위험…창의적 방법 모색해야"

지난해 10월 중국 단둥 세관에서 공안들이 북한에서 돌아오는 화물차를 검사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중국의 역할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중국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외교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 traditional, conventional American thinking is that you need China to pressure North Korea and China would have the ability to pressure North Korea. The problem is that China's North Korea policy has a list of priorities and denuclearization is not at the top of the list of priorities. Stability on the peninsula is at the top of the list. And driving a wedge between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is at the top of the list. Denuclearization not at the top of the list.”

고스 국장은 미국은 전통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데 중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실제로 중국은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정책의 우선순위가 미국과 달리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이나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틈을 벌리는 것이라는 점이 문제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비핵화에 최우선 순위를 둔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지만, 이는 안정적으로 북한을 관리하길 원하는 중국의 셈법과 맞지 않는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도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면서 중국의 관심이 ‘비핵화’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차관보] “China could play an important role in applying pressure on North Korea, but I think the prospect of that is dim, to say the least, mainly because China, I believe has long ago decided to accommodate itself to a permanently nuclear armed North Korea... And the reason being that the Chinese, I think, understand that the North Koreans are determined to keep those nuclear weapons and there's not much that they or anybody else can do. And so that's why they've adopted that position.

그러면서 중국은 오래 전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 무장을 하는 것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그 이유는 핵무기를 보유하기로 결심한 북한에 대해 중국을 포함한 그 어떤 누구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 국장은 현재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t's true that we want China to do sanctions enforcement, we're in a switch situation right now where we don't believe China is doing sanctions enforcement. And that is a structural problem. It's one reason why the environment in which the US and China are actively competing, it actually generates greater opportunities for maneuver by North Korea.”

미국은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바라고 있지만, (미-중 갈등 등) 상황이 변화하면서 지금은 중국이 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이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미국과 중국이 활발히 경쟁하는 환경은 실제로 북한에게 더 많은 책략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중국이 미국의 대북 압박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미국도 이를 기대해선 안 되고 적극적으로 중국에 손을 내밀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다른 미국의 전문가들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신 중국을 활용하는 식의 더 창의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겁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를 접견했다며,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사진을 공개했다.

고스 국장은 미국이 북한과 좀 더 적극적인 관여에 나서는 방식으로 북한과 중국 사이의 간극을 벌리고, 이를 통해 중국의 지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So, in other words by engaging North Korea, you use that to create a wedge between Pyongyang and Beijing, which then keeps China off balance. That should be your strategy not looking for China to carry your water for you, because if China carries your water for you, they're going to want something in return, basically you to get out of the region, which is one of their top priorities.”

고스 국장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무언가를 하게 되면 미국에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최우선 순위의 하나인 미국이 역내에서 철수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과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도 미국이 직접 문제를 다루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at's actually what the Chinese have long advocated anyway. They've advocated that the US take the lead. Usually what happens in the US-China discussion is that American analysts say it depends on China. And Chinese analysts say it depends on the United States. So, I actually think that the Chinese analysts are right that the US should take the advice to heart that the Chinese are giving and construct a strategy that does not involve dependency on any action by China.”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 문제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잡는 건 오히려 중국이 오랫동안 원한 것이기도 하다며, 미국 전문가들과 달리 중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 해결이 미국에 달린 일이라는 점을 지적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중국의 전문가들의 분석에 동의한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중국의 어떤 행동에도 의존하지 않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는 것 외에는 북한 문제 해결에 큰 해법이 없다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에게 어떤 호의도 베풀진 않겠지만 북한 문제는 중국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China is not going to do the US any favors, but you can't solve the North Korea problem without China. It has the best relations with both Koreas. It has a lengthy border, and it's the number one trading partner of North Korea. In the past, we remember that China hosted the six party talks. That was a big initiative and they were pretty much cooperative. And so my view is it's in China's interest to denuclearize North Korea and to have a peace process and a reconciliation between North and South.”

중국은 북한은 물론 한국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북한과 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북한에겐 제 1의 무역상대인 만큼 중국의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매닝 연구원은 또 중국이 과거 6자회담을 주최했다면서, 당시 중국이 큰 결단을 내렸고 꽤 협조적이었던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어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한의 평화 과정과 화해는 중국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여전히 중국을 통한 문제 해결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임으로써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의 불법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연관된 중국의 은행과 기업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Back in 2017, the US Congress sent a list of 12 Chinese banks including the four largest in the world, sent a list to the Trump White House that they thought were committing money laundering crimes in the U.S. and the Trump administration took no action, so we expect China to abide by U.N. resolutions, but we know that's not going to be the case.”

2017년 미 의회는 자금세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세계 4대 은행을 포함한 중국의 12개 은행 목록을 트럼프 당시 행정부에게 전달했고 이를 통해 중국이 유엔 제재를 이행하길 바랐지만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역대 미국 행정부가 중국 은행을 포함한 중국의 제재 위반자들에 대해 미국 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실상 이들에 대한 압박을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도 중국의 협조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미국과 미국의 협력국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현재 미국 등이 그렇게 할 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의 협력이 없는 현실 속에서 미국은 ‘꽉 막힌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